지는 꽃무릇 (相思花)
어떤 사랑이 시들고 나면
저렇게 될까
동백꽃 지듯이
한 번에 툭 떨어뜨렸더라면
상사(想思)의 간절함이나 알아 줄 것을
추하게 머리 풀고 호곡하는구나.
화려한 옷매무새로 단장하고
이승에서 다시 만나리라
유혹하려던 네 얼굴은 쓸모없이 시들어
가을볕 따가운 햇살아래
이 해도 처절하게 지워지고 있구나
원래 사랑이란
온 몸을 찌르는 가시 같은 것
찔리고 피 흘리며 참았던 연모
꽃대에 묘비명을 세우고 잠들다
백승연
*감상-배 환 봉 (시인)
우리말로는 꽃무릇이라 부른다. 그 꽃무릇을 달리 상사화라 부르기도 한다.
아마도 꽃의 전설에서 나온 이름인 것 같다. 이 시는 그 전설을 알면 쉽게
이해될 것 같은데 이 기회에 한번 알아보시는 것도 좋겠지요.
가까운 선운사에 가면 산이며 들까지 온통 상사화이다. 추석 무렵이 절정이다가 시드는데 어떤 꽃이나 필 때의 그 아름다움이 질 무렵엔 참으로 처절한 모습이라 마치 우리들의 사랑이야기로 비유해 공감을 더하는 것 같다.
백승연 시인은 현재 나루문학 회장으로 활동하며 사려 깊은 시를 쓰는 시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