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주력기업인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가동 중단된 2017년부터 지난 4년간 1만 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군산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군산조선소와 한국지엠 등 지역의 대표적인 기업이 문 닫은 이후 많은 시민들이 군산을 등진 것이어서 향후 인구 유입을 위해서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기업유치 등이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군산인구는 남자 13만 5332명, 여자 13만 2527명을 합해 총 26만 7859명으로 집계됐다. 군산조선소 가동이 중단된 2017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9692명의 인구가 빠져 나간 것이다.
연도별 감소 현황은 군산조선소 가동이 멈춰 선 2017년 2554명을 비롯해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폐쇄된 2018년 2352명, 지속적인 경기침체에 빠져든 2019년 2514명, 코로나19 경기침체가 시작된 2020년 2272명의 인구가 급감했다.
군산지역 생산가능인구의 고용 문제를 감당해온 주력 기업들이 무너진 이후 최근 4년간 적지 않은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전출한 것이다.
실제로,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다음해인 2018년부터 3년간 군산에서 타 지역으로 전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년에는 감소인구 2352명 중 74%에 달하는 1749명, 2019년에는 2514명 중 53%인 1341명, 2020년에는 감소인구 2272명중 77.8%인 1768명이 직업을 이유로 군산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경제 및 가계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주력 대기업들의 경영난이 고용붕괴를 부추기면서 급기야 1만 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직업을 찾아 타 도시를 선택한 것이다.
고용시장 악화에서 촉발된 군산인구 감소는 급기야 지난 2020년 심리적 마지노선인 27만 명선 아래로 붕괴됐으며, 미래 군산발전의 잠재 성장력과 직결되는 청년인구 및 생산가능 인구 감소라는 또 하나의 지역사회 현안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군산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4만 9204명이던 군산 학령인구(6~21세)는 2020년 4만 3824명으로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을 비롯해 생산가능 인구(15~64세) 역시 2016년 19만 4851명에서 2020년 18만 3069명으로 4년 새 1만 1782명이나 줄었다.
반면에 빠르게 도래하는 초고령화 사회를 반영하듯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16년 4만 2810명에서 2020년 5만 700명으로 7890명이 늘어 군산 전체인구 대비 고령화율은 16.2%에서 19%로 높아졌다.
군산의 학령인구와 생산가능 인구가 이처럼 급격히 줄어든 것은 직장 문제가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지만, 갈수록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층의 새로운 인식 변화 역시 한 요인이다.
군산에서 지난 2016년에는 한 해 1437쌍이던 결혼인구가 2017년 1322쌍, 2018년 1140쌍, 2019년 1089쌍으로 매년 감소추세를 보이다, 코로나19 한파가 몰아닥친 2020년에는 943쌍으로 급감했다.
출생자수 역시 2016년 2135명에서 2017년 1817명, 2018년 1553명, 2019년 1357명, 2020년 1315명으로 최근 5년 새 38% 가량 줄었다.
군산 인구는 이렇듯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인 붕괴로 인위적인 타 지역 전출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설상가상 결혼 및 출산 감소라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3중의 감소요인이 겹치면서 사실상 바닥잡기가 쉽지 않은 국면에 직면하고 있다.
이처럼 인구 감소가 심각해지자 군산시는 기존 대기업 중심의 산업생태계를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 미래산업 분야로 전략적 전환을 시도하고, 새로운 인구정책을 발굴 수립하는 등 고심하는 분위기다.
군산시 인구정책추진위원회 구성 및 군산형 인구정책 전담팀 상시운영을 통해 결혼, 임신, 출산지원에서 양육, 보육 정주여건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책분야별 핵심과제 발굴에 나섰다.
하지만, 군산 인구 감소의 근본원인이 지역산업의 젖줄 역할을 해온 대기업 붕괴에서 촉발된 만큼 군산조선소와 한국지엠 폐쇄 이후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떠난 사람들을 군산으로 되돌아오게 할 획기적인 유인 동기가 부여되지 않을 경우 이미 관성화 된 군산 인구감소의 추세를 되돌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지역 대학의 한 교수는 “인구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주 여건을 갖춘 살기 좋은 도시환경이 필수적인데,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고용 문제야 말로 최우선 정주여건에 해당한다”며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에서 시작된 인구유출 러시는 경제적, 심리적으로 군산의 매력도를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군산시를 비롯한 지역 정치권에서는 실질적으로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는 기업유치 등 지역경제 생태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 관계자는 “최근 5년 동안 군산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만큼 인구증가 방안 및 시책 발굴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뾰족한 묘안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며 “앞으로 돌아오는 군산, 살고 싶은 군산이 될 수 있도록 정주여건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iqtop@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