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명은 月明, 즉 ‘달이 밝다’는 한자어이다.
군산에서는 ‘월명동’이라는 지역명 외에도 월명산, 월명공원, 월명체육관, 월명중학교 등 공공장소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음식점 이름, 장례식장, 기업체 상호 등으로 곳곳에 쓰이고 있다. 월명산은 경남 산천군에도 충남 서천과 부여에도 있다.
이처럼 곳곳에서 쓰이고 있는 ‘월명’이라는 단어가 지난해 10월 상표권 등록이 되어 더 이상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
우리가 지명으로 알고 있는 ‘월명’은 어떻게 상표권 등록이 가능했을까?
상표권 등록은 변리사 등 대리 위임 없이 본인 스스로 할 경우 관납료 62,000원, 설정등록료 211,000원 등이 소요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갱신할 수 있어 갱신만 하면 영구적으로 권리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서 흔히 사용되는 보통명사나 국가기관이나 공공재와 비슷하거나 이미 유명해져 있는 명칭, 이미 유사하거나 같은 상표가 등록되어 있을 경우 상표 등록이 거부된다.
전북지식재산센터 전문컨설턴트 A씨는 “ ‘월명’이라는 단어가 지명이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보편 통용되는 단어가 아닌 군산 지역에서만 주로 쓰이고 군산 시민들 위주로 지명으로 알고 있다는 점이 반영돼 등록이 된 것으로 파악 된다”며 “상표권 출원하고 심사 과정에서 2개월 동안 의견을 받지만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었고 인정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등록자가 이 상표 외에도 몇 십건의 상표 등록을 했다 하더라도 추후에 여러 상표를 사용하기 위해 미리 등록할 수 있다고 보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월명’을 상표 등록한 오 모 씨는 이후 지역 내 일부 음식점에 가게 상호에 ‘월명’을 쓸 경우 상표권 침해를 받는다며 쓰지 말 것과 계속 사용하고자 할 경우 일정금액을 지급하고 상표권을 양도받을 것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역에서는 숙박업소 ‘고우당’과 음식점 ‘째보선창’이 상표권과 관련한 논란으로 명칭을 변경한 사례가 있어 ‘월명’과 관련해 통보를 받은 업체들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 업체의 대표는 “상호를 계속 사용할 수 없어 상호를 변경할까 고민 중”이라며 “군산에서 월명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게 안 되는 일이라고는 생각해본 일이 없는데 주위에 알아봐도 이미 상표권 등록이 되어 있다면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에 군산시가 최근 이 문제를 인지하고 특허심판원에 등록무효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검토에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19로 너무도 힘든데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이러한 피해에 직면하고 있다면 시도 대응이 필요하다”며 “군산시에 동(洞) 명칭 뿐 아니라 월명산, 월명공원 등으로 써 오고 있는데 ‘월명’을 상표로 등록했다는 것은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시는 특허법률사무소와 협의해 관련 자료를 모으고 군산시가 이해관계인으로서 이 상표권 등록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군산에서는 '울외'라는 명칭을 두고 상표법 위반을 다투는 일도 있었다. 군산의 주특산품인 울외 장아찌에서 울외는 오이의 일종인 물외의 방언이다.
누군가 이 '울외'를 상표등록했고 군산의 한 울외장아찌 생산업체가 상표권 위반으로 고소를 당했으나 전주지방검찰청 군산지청에서 최종 혐의없음 결론이 내려진 것.
불기소 이유에 따르면 '울외'의 보통명칭적 특성, 피의자의 사용태양과 소비자에 제공하고자 하는 정보, 우리말로 순화한 표현 사용, 지역특산물 육성 목적 등을 고려한다면 피의자가 사용한 '울외 장아찌'는 출처표시로서 상표적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등이다.
점차 상표권이나 지적재산권 등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요즘, 등록부터 좀 더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