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의 도크폐쇄 위기감이 군산을 비롯한 전북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군산지역에는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 조선경기 침체로 수주절벽에 놓여 있는 현대중공업이 지역사회의 ‘도크 유지’ 염원에도 불구하고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선택할 것에 대비해 정부의 군산지역 조선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방안을 이끌어 내는데 행정적·정치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군산 등 전북권역에서 현대중공업이 군산조선소에 작업물량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기존의 지역사회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도크 폐쇄라는 최악의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군산조선소에 대한 특단의 정책배려를 요구하는 전략적 선회와 같은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문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긴급토론회가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하진 전북도지사 및 문동신 군산시장, 김관영 국회의원, 여야 3당을 비롯해 교육계, 정부, 관련 유관기관 및 기업체 등 각계 분야 전문가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조선업의 단기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하여 선박펀드 등을 활용해 2020년까지 공공선박 등 250척 이상, 11조원 규모를 발주토록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조선산업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한 것에 대한 문제점이 쏟아졌다.

최연성 군산발전포럼 상임의장은 ‘군산조선소현황 및 조선업에 대한 정부대책의 문제점’ 발제를 통해 정부의 조선산업 구조개혁에 군산조선소 정상화 계획이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 의장은 선박펀드를 활용하여 공공선박 등을 발주하겠다는 정부방침은 현재 지역사회 우려대로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가 현실화 될 경우 더 이상의 선박건조가 불가능해지는 만큼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군산조선소 폐쇄를 막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공공선박 발주 등이 군산지역에 우선돼야 하지만, 이번 정부 대책의 대부분은 대우조선해양에 지원이 집중돼 군산은 완전 소외될 수 밖에 없는 동서불평등의 경제지원 사례라고 비판했다.

JY중공업 이홍열 대표 역시 “군산지역 조선산업 연관 협력사들과 근로자들이 실직과 폐업 등으로 심각한 고통에 처해있으나 정치권과 정부 정책기관의 배려부족 및 대책 소외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대표는 토론회에서 “10월 말 정부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내용을 들여다보면 군산지역에 해당되는 방안들이 별로 없다”고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군산조선소의 생존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건조물량을 확보해 도크를 채우는 일인데도 고통분담 차원에서 각 조선사의 건조능력을 줄이라는 정부방침을 따를 경우 현대중공업은 본사와 원거리인데다 한 개 뿐인 군산조선소 도크를 폐쇄할 수 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러한 허울뿐인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가 준비하는 선박펀드 자금의 일정액을 군산에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대두됐다.

최 의장은 정부가 3조 7천억원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공공선박 등의 발주 방침을 밝힌 만큼 선박펀드를 군산지역에 우선 지원해 협력업체 등의 도산을 막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대안을 제시해 시선을 끌었다.

이 대표 역시 군산 조선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준비하는 선박펀드의 상당액을 군산지역 선박건조에 우선 배정해야 하며, 특히 선박펀드를 활용하는 국내 어느 선사든지 군산조선소에서 선박을 건조하도록 한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지역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군산조선소 도크 유지를 위해 현대중공업 측에만 물량배정을 촉구하는 등 전적으로 매달리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기업경영의 특성을 고려할 때 현대 측의 사회적 책임차원에서 물량 배정은 지속 요구하되, 정부의 군산에 대한 정책적 배려 역시 중요하다는 ‘투트랙’ 전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가운데 전북도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9일 이란 소재 선사인 이리슬(IRISL)사와 1만4500TEU급 컨테이너선과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인 4만9000t급 PC선 등 총 10척, 7억달러 규모의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했으며, 최근 방위사업청과 해양경비안전본부로부터 각각 잠수함 1척, 경비함 1척 등 총 2척, 7천억원 규모를 수주한 것으로 알려져 군산조선소에 작업물량을 우선 배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군산조선소 도크 폐쇄설과 관련해 “경영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 중의 일환으로 도크폐쇄를 검토한 바 있으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지난 1일 공시한 상태이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군산도 어렵지만, 울산은 더 어렵다’는 말들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어 군산조선소의 운명은 말 그대로 ‘시계제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