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시산악연맹의 ‘2012 또 다른 도전, 가슴으로 말하는 히말라야 이야기’ 안나푸르나 희망원정대(대장 김성수)가 1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3일 귀국했다. 이 기간동안 23명의 대원들은 빡빡한 일정속에서도 안나푸르나 등정 외에도 故 박영석 대장을 추억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에 본지는 대원들의 생생한 안나푸르나 도전기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안나푸르나 첫 걸음
지난달 24일 새벽3시30분 군산 월명운동장.
23명의 대원들이 비장한 각오로 속속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동안 수개월간의 훈련에도 불구하고 대원들은 기대감과 긴장감속에 서로를 격려하고 의지를 복돋운다. 30여 분간 장비 및 인원점검을 마친 대원들은 배웅나온 가족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네팔 카트만두로 향하는 오전9시30분발 비행기에 몸을 실은 대원들은 장장 8시간만에 네팔에 도착, 다시 1시간을 이동해 산행 전진기지인 포카라에 무사히 안착했다.
원정 첫 날을 맞은 대원들은 각자의 머릿속에 머나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에서 이뤄낼 희망과 도전을 꿈꾸며 설레는 첫날밤을 보낸다.
25일 오전 시각장애인 정대용 대원과 지체장애인 배형원 대원과 그들을 보좌하는 도우미 대원들이 선두로 대열을 이뤄 안나푸르나를 향한 첫 발을 내딛었다.
이번 안나푸르나 원정대는 가정주부에서부터 회사원, 자영업자, 의사 등 다양한 직업과 환경을 가진 대원들이지만 이중 정대용∙배형원 대원은 신체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히말라야 도전에 대한 강한 의지로 여기까지 함께 왔다.
배형원 대원은 안나푸르나 출발 첫 날을 이렇게 기억한다. 넓은 신작로가 있고, 차량까지 다니는 정도라서 다소 싱거운 느낌이었지만 그 길이 힘들고 머나먼 길의 예고였다는 것.
대원들은 가라픈 능선에 꾸불꾸불 조성해 놓은 다랑이 논과 폭포, 간간히 모습을 보여주는 만년설을 뒤집어 쓴 설산 등 주위 경관을 감탄하며 발걸음에 더욱 힘을 실었다.
둘째날은 셀 수도 없는 많은 계단과 바로 옆이 수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질 좁은 외길을 지나 만년설이 녹아흐르는 계곡에 설치된 외나무 다리를 건너 캠프에 도착했다.
▲탈진한 대원 험난한 여정
등반 4일차 본격적인 험난한 여정의 막이 열렸다. 대원들은 시누아를 출발해 3200m 고지인 데우날리까지 전진해야 한다. 그래야 내일 ABC를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좁고 거칠은 길을 대원들의 발을 무겁게 만들었고, 더욱 길어진 오르막과 내리막을 연속해서 걸으면서 대원들은 지쳐갔다.
그나마 점심식사로 나온 수제비는 한국에서 맛 본 수제비와는 차원이 다른 산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달콤한 체력보충제로 다가왔다.
그러나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로 향한 여정에서 배형원 대원이 피로누적으로 속도가 점점 떨어지면서 결국 탈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원들 모두 이대로 끝이라는 침울한 분위기속에 김성수 원정대장이 비장함속에 특단의 결단을 내린다.
▲우리는 하나! 포기란 없다
탈진한 배형원 대원을 두고 김성수 원정대장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배형원 대원에 맞춰 대열을 이끌어가기에는 추가 이탈자가 발생할 것 같고 낙오시키기에는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 진퇴양난에 상황에 놓였다.
이때 김성수 원정대장은 결단을 내렸다. 본진은 송준기 등반대장의 인솔로 예정된 베이스캠프로 출발하고, 김 원정대장과 몇몇 대원들은 후미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 독려하는 고육지책을 강구했다.
무려 12시간 조금 넘게 걸어 롯지에 도착했을때 대원들은 모두 식사도 하지 않고 후미그룹을 기다렸고, 깜깜한 어둠속에서 헤드라이트 불빛은 본 원정대 대원들 모두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배형원 대원은 당시 중지할 것인지, 계속 가야할 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 끝에 전체 대원을 생각해 중지를 결정했고, 대원들 힘을 빌려 캠프에 도착했을때 모두 나와 환호와 박수, 파이팅을 외쳐주던 대원들로 인해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故 박영석 대장 눈물의 상봉
전날의 힘든 여정 탓인가 대원들의 얼굴은 한껏 상기됐고 오히려 비장한 결기마저 흐르고 있다.
배형원 대원도 도보가 아닌 말을 이용해 대열과 함께 이동키로 했다.
대원들은 떨어진 기온에 대비해 최대한 방한장비를 착용하고 출발 전 ‘우리는 하나다!’를 힘차게 외친 후 먼 여정을 향한 발걸음을 옮겼다.
3일전 발생한 눈사태 지역을 피해 우회코스를 선택한 대원들은 얼마가지 않아 눈이 무릎까지 빠지고 고산증으로 호흡곤란을 겪으며 일부 대원은 구토증세까지 보이는 등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하지만 대원들은 끝을 알 수 없는 악전고투 속에서도 서로를 격려해가며 한걸음씩 눈길을 헤쳐 나와 결국 출발 8시간만인 오후 3시 마침내 거대한 설산의 위용이 눈앞에 펼쳐진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에 도착했다.
“나마스테(네팔의 인사말) 안나푸르나” 물의 여신이자 풍요의 여신을 눈 앞에서 만난 대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어서 대원들은 평생 산과 함께 산을 사랑했던 영원한 산악인 故 박영석 대장을 기리기 위한 추모제를 가졌다.
머나먼 이국땅 차가운 설산속에 있을 동료 산악인을 기리고자 군산지역 장애인 산악대원을 비롯한 원정대원들이 수천km를 날아와 극적인 상봉을 갖게 된 것이다.
일부 여성대원들은 박영석 대장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며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고, 나머지 대원들도 그의 불꽃같은 도전 정신을 기렸다.
이제 이들의 여행은 끝이 났다. 그러나 이들의 도전과 행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편견이 없고 차별이 없는 세상이 될 때까지!
김성수 원정대장은 “빡빡한 일정과 악천후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격려하면서 무사히 원정을 마쳐준 대원들과 성원해준 산악가족과 시민들게 감사함을 전한다”며, “이번 원정의 참 의미인 우정과 희망, 사랑, 편견없는 세상을 위해 하나가 되는 값진 체험을 했다”고 말했다.
한정근 기자 (hjg20012002@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