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부어판장을 재단장해 조성한 군산비어포트와 앞으로 넓게 펼쳐진 바다 조망이 낭만을 더한다.
군산 수제맥주 체험관 ‘군산비어포트’가 지난해 12월 18일 오픈했지만 오미크론 바이러스 확산으로 적극 홍보를 못한 상황에서도 바다 조망 전경과 군산맥아로 만든 정통맥주 맛이 입소문이 나면서 새로운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군산비어포트는 군산 맥아 수제맥주 공동양조장과 시음장, 수제맥주 4개 업체가 입주해 창업한 지역특산 수제맥주 체험판매관으로 조성된 곳으로, 국내 최초로 국내산 맥아와 쌀을 원료로 한 군산만의 수제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고, 직접 맛도 볼 수 있는 특화된 장소다.
＃ 보리 주 생산지로 수제맥주 산업에 주목
지난 2012년 이후 보리가 수매 중단되며 판로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군산시는 농가를 위해 보리 가공사업 육성에 나섰고,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게 되었다. 당시 국내 수제맥주 업체는 재료인 ‘맥아’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지역에서 생산된 보리를 활용한 수제맥주 원료 국산화에 도전하게 된 것.
맥아 제조 생산 과정(왼쪽)과 비어포트 내 공동양조장
최초의 시도였기에 관련 정보나 기술적, 인적 인프라가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해야 했다. 먼저 최상의 원료 생산을 위해 최적의 맥주보리 품종을 선정해 맥주보리 전용 재배단지 32ha를 조성하고 농업인 교육을 시작했다.
전국을 찾아다니며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세계적인 맥주회사 출신 임원의 컨설팅에, 수백만 번의 테스트를 거쳐 마침내 2020년 군산맥아 제조시설을 구축하고, 맥아 제조기술을 확보했으며 표준화된 군산맥아 제조공정을 개발 완료했다.
이제는 15개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에 시제품을 공급해, 군산맥아를 이용한 제품 출시를 검토하고 있으며, 새로 창업한 국산 위스키 증류소 2개 업체에도 공급해 오는 5월이면 군산맥아로 만든 위스키 제품도 맛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캔 장비를 도입해 지역 내 골프장이나 숙박업소, 식당 등에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군산 수제맥주는 맥주의 고유 원료인 맥아 이외의 알콜 발효를 위한 전분이나 당을 첨가하지 않는 100% 완전 곡물 맥주로, 거품이 풍부하고 맥아 향이 진해서 밍밍하지 않고 입안 가득 정통 맥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수제맥주는 잔(350ml) 단위로 판매된다. 한 잔 가격은 5000원 내외. 체험비를 내면 여러 맥주를 시음해볼 수도 있다.
매장에는 G3브루어리, 메인쿤 브루어리, 드라마틱 브루잉, 달빛브루어리 등 총 4곳의 로컬맥주 업체가 있으며, 운영자들은 초창기 군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수제맥주창업교육을 받았던 이들 중 마지막까지 남은 4명이다. 각 업체별로 약간씩 풍미가 다르고 특색이 있다.
공동양조장에는 연간 최대 130톤 정도의 수제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담금조 1set, 쌀맥주 당화조 1set, 발효탱크 16개 등이 채워져 있다. 화요일은 휴무.
＃불 꺼진 째보선창, 북적북적 ‘맥주선창’으로
군산비어포트 공간은 옛 ‘군산 동부어판장’건물이다. 째보선창의 침체는 물론 내항에 배를 접안할 수 없게 되면서 기능을 상실했고, 공장이 들어서 있던 곳을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재단장했다.
군산비어포트 내부
항구 도시이면서도 ‘워터 프론트’ 공간이 드물었던 군산 지역에서 바다와 강이 만나는 금강하구의 이색적인 전망과 아름다운 낙조를 즐길 수 있는 장소이다. 문을 열고 나서면 크고 작은 배들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도 한다.
시는 앞으로 군산비어포트를 중심으로 군산을‘대한민국 수제맥주 대표도시’로 인지도를 높이고 이를 도시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역 농업과 청년창업, 도시재생이 연계된 사례로 많은 시군들의 벤치마킹 모델이 되고 있는 만큼 모두가 상생하고 자립하는 핵심 도시 컨텐츠로 키워 나갈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이곳 ‘째보선창’은 어선들로 불야성을 이루고 돈이 넘치는 동네였는데 그 동안 불 꺼진지 오래된 매우 침체된 동네였다”면서“군산 수제맥주로 불 꺼진 이 곳에 불을 다시 밝혔으니, 관광객이 즐비하고 수제맥주와 낭만이 넘치는 ‘맥주선창’으로 다시 불려질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맥주보리 재배부터 맥아 가공, 맥주 양조까지 지역특산 수제맥주 일괄 생산체계를 갖추며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이들이기에 그날을 기다려본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