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이 사실상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군산시가 현대중공업 측의 가동중단 공시를 막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군산시와 전북도가 대선주자들에게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가동중단을 공식화 하는 공시가 이뤄질 경우 이마저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군산시 등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기존 발주된 선박 진수식이 이뤄지는 이달 중순 이후 일부 잔여공정 말고는 사실상 작업물량이 소진돼 가동중단은 불가피해진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내부적으로 군산조선소의 도크를 7월1일부터 가동중단 키로 하고, 이러한 내용을 조만간 공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가동중단 공시가 이뤄지면, 그동안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해 내걸었던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나 입장의 정책 반영이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고 현대중공업 측에 공시를 대선이후로 미뤄줄 것을 요청해왔으나 회사 측의 입장은 모호한 상태이다.

사정이 이렇자 군산시는 지난달 28일 현대중공업에 공시연기 요청 공문을 발송하는 등 군산조선소 운명이 일단은 공시저지에 있다고 판단,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으나 현대중공업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가 보낸 공문에는 가동중단 공시를 대선이 끝나는 5월 이후 해줄 것, 가동중단 이전에 군산시와 회사 측의 대표자 면담, 향후 발주 예정인 1조 6천억원 가량의 선박펀드를 수주할 경우 군산조선소에 우선 배정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현대중공업 측의 회신 내용에 첨예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산시가 이러한 내용의 공문을 발송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회사 측과의 공시연기를 위한 사전 협의가 불발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시는 이와 함께 그동안 서울에서 실시해온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촉구 1인 시위를 1일부터는 현대중공업 본사가 자리한 울산으로 옮겨 시행하는 등 군산시민들의 뜻을 전달하는 데 전방위적인 압박강도를 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산 지역사회에서는 대기업인 현대중공업 측의 보다 성숙한 태도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박펀드를 활용한 물량 수주에 군산시와 전북도 등이 사력을 다하는 상황에서 소관 지자체와 충분한 소통을 외면한 채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정해진 스케쥴 만을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도 대두되고 있다.

군산시의회 김영일 의원은 “비록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일지라도 현대중공업은 지자체인 군산시와 마지막까지 소통하고 협력하려는 대기업의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데 지금의 태도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 측은 도크 중단을 막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군산시와 시민들의 의지를 외면하기 보다는, 오히려 조선소 여파로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통감하고, 지금이라도 입주당시의 초심으로 군산시와 끝까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는 윤리적인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마디로, 가동중단이 불가피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서로 배려하는 '유종의 미'가 필요한데 회사 측의 현재 태도는 전혀 그렇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는 것이다.

한편, 군산시가 현대중공업 측에 보낸 공문은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선주자들에게 걸고 있는 실낱같은 기회를 살려보자는 취지로 받아 들여지고 있어 회사 측이 이마저 끝내 외면할 경우 현대중공업의 지역사회 불통 및 이기적 태도에 대한 지역사회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