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오는 6월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을 공식화하면서 지역사회 반발 및 각계의 존치 노력이 가속화 하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정치력 발휘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 시점에서 유일한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유일한 해법은 군산에 신규 작업물량을 배정하는 것인데, 현대중공업 측이 사실상 불가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만이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길선 회장 “군산만 특별배려는 어려워”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은 지난달 20일 군산시청을 방문해 오는 6월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을 공식 확인하고, 3800여명의 군산공장 근로자 역시 최소한의 시설유지보수 인원을 뺀 나머지는 감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이 살아남아야 군산조선소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며, “2만 2000여명이 근무하는 울산해양사업본부도 일감이 없어 6월 가동중단 되는 만큼 회사로서는 울산과 군산을 똑같이 중요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며 사실상 군산조선소 만을 특별히 배려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그러나 “'군산조선소가 문을 닫는다, (울산으로)간다, 폐쇄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며 “일감이 없어 중단한다는 의미가 가장 적절하다”고 설명했으나, 조선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군산조선소 앞날은 사실상 벼랑 끝에 서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역사회 고강도 반발 확산

지역사회는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군산시와 군산시의회, 군산상공회의소 등은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대응방안을 수립하고 지난달 24일 범도민 서명부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 전달하고 도민들의 강력한 염원을 재확인했다.

25일에는 서울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 대로변에서 문동신 시장을 비롯한 김관영 국회의원, 박정희 시의장, 상공회의소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릴레이 시위 출정식을 개최한데 이어 지난 1일부터는 정몽준 이사장 자택 앞과 대로변에서 릴레이 1인 피켓시위와 플래카드 시위에 돌입했다.

오는 14일에는 군산 롯데마트 앞에서 군산조선소 존치를 위한 범도민 총궐기대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문재인 전 대표 등 주요 대선주자들을 상대로 군산조선소 존치를 공약, 이슈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산조선소 협력사 및 시민들이 지난달 25일 서울 정몽준 이사장 집 앞에서 군산조선소 존치를 촉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현 상태에서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서는 6월 이후 바닥나는 군산조선소에 작업물량을 신규 배정해주는 것이다.

군산시를 비롯한 지역 경제계와 정치권이 릴레이시위, 총궐기대회 등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역시 추가 작업물량 배정이다.

문동신 시장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현대중공업에 대해 지역경제를 외면하는 비도덕적인 기업이라고 강경발언을 한 것 역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을 자극해 최소한의 물량을 확보하겠다는 돌파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문 시장의 이러한 발언이후 현대중공업에 대한 지역 민심은 급격히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회사 측의 사회적 무책임성을 질타하는 여론,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를 고려할 때 뚜렷한 방도가 없지 않느냐는 체념 등 분분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정부와 회사 측의 획기적인 지원의지가 없는 한 최길선 회장이 ‘군산만을 배려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밝힌 현 상황에서 지역사회의 고강도 반발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 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군산조선소에 작업물량을 신속히 배정하도록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정부의 지원책을 견인하기 위한 군산시와 전북 정치권의 정치적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이재명 성남시장이 군산을 방문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해법으로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을 적극 강조한데 이어 군산시에서도 다른 대선 후보를 상대로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문제를 대선공약화 하기 위한 노력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유있게 1위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상대로 군산시 등이 군산조선소 내지는 국내 조선업 구조조정 등에 대한 지원방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중인 것으로 알려져 결실 여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이 부분도 군산시와 지역 정치권의 정치적 역량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일각에서는 지역사회의 강경한 대응 방안이 뒤늦은 정치적·감성적 대처로 잘못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정치적 성격의 대응 못지 않게 실제 군산조선소 가동중단 사태로 인한 충격 최소화 방안 및 차선의 실리를 염두해 둔 투트랙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냉철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동신 시장은 “기업운영이 어려우면 아무런 대책 없이 문을 닫고 근로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이 세계최고의 경영을 하는 현대중공업의 기업윤리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수 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도 나아지지 않는 대우조선해양은 살리면서 경쟁력 있는 군산조선소를 가동중단 한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력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