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군산시 착한 가격 업소 ① 도시여성 미용실

저렴한 가격에 더 풍성해지는 情

문지연 기자 / 2014-02-13 19:02:09

“3만원만 주세요.”

“미안해서 어떻게 해. 이렇게 싸게 해 주고…”

귀를 의심해본다. 펌하고 염색까지 했는데 3만원이라니?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보다. 확실히 만원짜리 지폐 세장이 오간다.

돈을 따라 정(情)도 오고간다. 요즘 흔치 않은 풍경이다.

하지만 팔마로(흥남동)에 위치한 미용실 '도시여성'에서는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요즘 웬만한 펌은 십만원을 훌쩍 뛰어넘고 컷도 만원대다. 심지어 수송동 어느 미용실은 “삼십 얼마하더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밖에 걸린 ‘군산시 지정 착한 가격 업소’라는 파란 팻말이 괜한 건 아니다.

이애연 대표는 “임대료도 따로 나가지 않고 봉사하는 심정으로 저렴하게 받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갈한 가게만큼 소박한 답변이다.

빗과 가위를 든 지 어언 20년이 넘었다. 학교 다닐 때부터 패션이나 미용에 관심이 많았다.

한때는 주공 4차 앞에서 미용 봉사도 했고 5년 동안 20여명의 독거노인들 머리를 무료로 만져주기도 했다. 그때부터 단골이 된 손님들도 꾸준히 찾고 있다.

이젠 나이도 있고 젊은 미용인들에게 봉사의 기회를 주고자 한 발 물러났다.

미용실은 슈퍼 앞 평상과 같은 공간이다.

날씨부터 자녀 키우는 고충, 삶의 애환 등 이런 얘기 저런 얘기가 모두 흘러나온다. 미용사는 손님의 하소연도 들어주고 자랑에는 맞장구도 쳐준다.

그러면서도 손은 부지런히 손님의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있다.

드라이까지 끝나고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에 보일듯 말듯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유리 너머로 낯익은 얼굴이 지나가면 불러서 따뜻한 차도 한 잔 건넨다. 그렇게 또 情은 쌓인다.

하루 종일 힘들 법도 하지만 이애연 대표는 “혼자한지 오래라 숙달돼서 괜찮다”고 손을 내저으며 전의 그 미소를 머금는다.

요란스럽지 않아 부담 없는 그 곳,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함에 절로 푸근해지는 ‘도시여성’이 있음이 오늘날 참 감사할 뿐이다.

문지연 기자 (soma700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