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보리수확기를 맞았으나 도복피해와 맥류전용수확기인 크라스콤바인 부족으로 군산지역 농업인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군산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보리수확이 시작된 가운데 13일 현재 수확 실적은 재배면적 2868㏊의 17%인 501㏊에 그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보리베기 실적 63%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올해 보리수확이 더딘 이유는 겨울철 저온현상으로 출수기가 늦어진데다 수확기에 내린 비로 인해 도복피해(쓰러짐)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 농업기술센터는 전체 재배면적의 20% 가량이 도복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도복피해 보리 수확에 필요한 크라스콤바인 마저 턱없이 부족해 농업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보리수확은 보통 3~4주의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군산지역내 크라스콤바인 보유대수는 29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반 콤바인은 880여대를 보유하고 있으나 도복피해가 심각해 이용률이 25% 수준에 그치고 있는 데다 하루 최대 수확량 역시 6㏊인 전용콤바인의 3분1 수준(2㏊)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선 농업인들의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농업인들은 제주와 전남 등지에서 크라스콤바인을 조달, 필지당 평균 30만원의 사용료를 내고 보리를 수확하고 있으며, 이마저 애타게 순서를 기다려야 할 형편이다.

옥구읍 농업인 A씨는 “쓰러진 보리를 제때 수확하기 위해서는 크라스콤바인이 필요하지만, 매년 기계가 없어 멀리 타 지역에서 조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크라스콤바인을 가져온 외지인들에게 보름여 동안 평균 4천~5천만원의 비용이 역외유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농업인들은 현재 소형 위주인 군산시의 농기계임대사업을 크라스콤바인과 같은 대형 농기계까지 확대하는 등의 보완책 마련을 바라고 있다.

농업인 B씨는 “해마다 전용수확기가 없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불과 며칠 사용하기 위해 2억원에 가까운 크라스콤바인을 구입하기란 쉽지 않다”며 “지역자금 유출을 막고, 신속한 보리베기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군산시 농기계 임대사업에 크라스콤바인을 포함시키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리적표시제까지 등록된 흰찰쌀보리를 군산의 특산품으로 육성하는 현실속에서 전용수확기가 없어 제때 보리수확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크라스콤바인 확대 보급에 군산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올해는 도복피해가 더욱 심각해 크라스콤바인 부족으로 인한 농가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며 “농민들의 어려운 현실은 이해하지만, 농기계 임대사업에 전용수확기와 같은 대형 농기계를 포함시키는 일 역시 쉬운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전용수확기 부족으로 보리수확이 늦어지면 이모작 농가의 모내기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근본적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