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에 품고 살다 삶이 헛헛하고 각박할 때 꺼내면 애잔한 그리움과 함께  위안이 되는 풍경, 바로 고향이다. 자의로 떠나왔어도 이렇게 그리운 곳인데 타의로, 그것도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이라면 얼마나 더 애틋할 것인가.

한 때 전국에서 유일하게 어패류 위판장이 있을 정도로 번창한 포구였던 하제 마을 주민들이 그렇다. 새만금방조제로 생계 터전인 바다를 잃은 것도 모자라 미군기지 탄약고 안전거리확보사업으로 고향을 떠나게 된 그들은 두 곳으로 나뉘어 집단이주했다.

그 중 한 곳이 옥구읍 어은 마을이다. 국방부가 이주 사업을 주도했고 군산시가 시행자로, 기존에 있던 어은 마을에서 도로 건너 공간에 마을을 새로 조성했다.

주민들은 이후 필지를 분양 받았고 탁 트인 너른 벌판에 주택들이 속속 지어져 현재 30여 세대가 입주해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주민들이 이주해 올 예정이다.

새로 조성된 마을에는 눈에 거슬리는 전주도, 시야를 가리는 전선도 없다. 마을 전체에 지중화 작업이 되었고, 인근에 하수종말처리장이 있어 정화조도 묻지 않았다. 무엇보다 마을 사람들을 힘들게 했던 비행기 소음도 거의 나지 않는 쾌적하고 조용한 마을이다.

이렇게 주민들은 새로운 터전 위에서 숭어나 전어, 제첩 등 어업 활동도 하고 가게를 운영한다든지 하면서 새로운 삶에 적응해가고 있는 중이다.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옥서면 하제마을

옥구읍 어은리 일원에 조성된 새 터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