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가 비상사태 국면에서 국가나 지역의 어른이라 불리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하는 언행을 지켜보고 있으면 기본적으로 언행 불일치, 학연, 혈연, 지연 우선주의, 내로남불 등 주로 비이성적, 비상식적, 부정적 이미지만 떠오른다. 게다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의 평균 이하 수준의 것들이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고, 그것들에 살을 붙이는 역할을 하는 이들만 있을 뿐 진짜 어른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 이런 현실이 되었을까. 이는 한마디로 소통의 부재라 할 수 있겠다. 국가적 차원에서 집권 여당과 거대 야당의 불통, 여당 내 권력 다툼, 야당의 다양한 의견이 배제된 단일대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다양성 말살 선언. 이러한 상황에서 어른이라 불리는 이들은 자신의 울타리 내에 있는 이들을 향한 목소리를 내거나 울타리 밖 사람들에게 우리 의견이 맞는다고 소리칠 뿐 울타리를 열어두고 소통하고자 하는 상황은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전북특별자치도와 14개 시군의 지향점에 대한 이해 부족과 고질적인 지역이기주의로 인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와 무관하지 않다. 인구소멸이 심각한 우리 도의 상황을 보면 대승적으로 큰 틀에서 조금 더 미래로 나아가 작은 결실이라도 보여주어야 할 상황인데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셈에 의해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지역을 보면 벌써 내년에 있을 선거를 준비하는 조직이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름이 꽤 알려진 선배 어른들의 제안에 지역 후배 어른들은 묻지마식으로 조직에 가담하고 있다. 그렇게 들어간 그들만의 울타리에서 에코체임버(성향이나 신념, 정치적 견해가 비슷한 사람끼리 본인들에게 맞는 정보만 수용·소비하고 다른 정보나 시각은 차단) 상황을 형성한다. 여기에서부터 불통의 시간이 시작된다.

  진정한 어른은 단지 나이가 많거나 학식이 뛰어난 사람들이 아니다. 자신과 다른 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여 건강한 신뢰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바탕으로 현재 산적해 있는 많은 갈등을 봉합하고 통합의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라 믿는다.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저마다의 다짐이 있을 것이다. 그 다짐에 나는 어떤 어른인가. 진정한 어른은 누구인지에 대한 고민을 소홀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하나 더 얹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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