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물건을 사들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을 기다려, 대기하는 인원들 순서대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 중 여섯 살쯤 보이는 아이와 보호자, 보호자와 안면이 있는 듯한 사람이 성당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가 잠시 끊어지자 아이가 대뜸 자신의 보호자로 보이는 어른에게 “건전지는 어떻게 만들어요?” 하고 물었다. 그 보호자는 물론 필자와 엘리베이터에 동승한 일행들은 일제히 침묵했다. 그러자 아이의 보호자와 안면이 있는 듯한 여자가 뜬금없이 “네 꿈이 뭐야?”라고 물었고 아이는 “곤충학자요.”라고 대답했다. 곤란한 상황에서 대화의 고삐를 바꾸는 그 사람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부끄러웠다. 필자에게 물은 건 아니지만 모르는 게 창피하기도 했다. 평소에 일반상식을 가까이 했다면 아이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 줬을 텐데 명색이 대학원까지 나온 필자가 입을 다문 채 뻘쭘히 서 있어야 했으니 말이다. 물론 필자가 국어국문학을 6년 전공했다 하여 국어국문학에 대해 제대로 안다고 할 수 없다. 부족하기 때문에 늘 책과 사전을 곁에 두고 공부하는 편이긴 하다. 이와 비슷하게 이공계를 전공한 이들도 이와 관련된 모든 상식을 꿰뚫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혹 안다 해도 아이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설명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을 것이라 본다. 왜냐하면 집에 돌아오자마자 네이버를 검색하여 건전지에 관한 내용을 살폈는데 용어 자체가 필자에게도 어려웠다.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려면 전문지식은 물론 이와 관련된 기초단어부터 덧붙여 해석해 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편 그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질문의 답이 아니어서 또 다른 누구에게 같은 질문을 할까? 아니면 ‘어른들은 모르는 게 많아. 엉뚱한 질문으로 답을 대신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아이이기 때문에 자신이 질문한 것을 금세 잊어버리고 다른 곳으로 호기심을 이동시켰을까?

 합리화는 참으로 편리하다. 필자는 부끄러움을 떠나 우리나라의 미래를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도 생각했다. 현재 다산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부모의 충분한 지지를 받는 아이들이 많고, 그만큼 교육의 장도 넓어져 보고 듣고 익히는 게 예전과 다른 까닭이다. 여기에 과학의 발달로 우리가 경험할 수 없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시대라서, 궁금증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통로를 개설할 것이기 때문이다.

 희망한다, 독보적인 AI 기술이 더욱 발달되면 굳이 사람을 통해 해결하지 않더라도 일단 궁금증은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궁금증을 해결하게 된다면 질문에 답을 모르는 어른들에 대한 실망이 덜할 것이고, 스스로 알게 된다면 기쁨은 배가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답하는 것이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질문한 것에 대해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답해 주겠노라 약속하고 실천하는 일이다. 이것이 비로소 앎의 길에 도달하는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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