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란 무엇인가. 겁의 사전적 의미는 무서워하는 마음. 또는 그런 심리적 경향을 겁이라 했다. 두려움을 느낄 때 느끼는 감정을 뜻한다. '겁을 먹다', '겁을 내다' 등으로 이것을 자주 느끼는 사람을 겁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주 쓰는 ‘겁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겁 없는 세상이 두렵다. 자동차가 줄지어 겁 없이 씽씽 달리는 도로를 겁 없이 무단횡단을 한다. 학교 앞 도로를 겁 없이 과속을 하고 틈만 나면 겁 없이 끼어든다. 음주운전은 위험하다고 목 터지게 외쳐대도 음주 후 겁 없이 운전대를 잡는다. 결국 안전사고의 주범이 되어 많은 사람에게 슬픔과 고통을 안겨주고 때 늦은 후회의 나락으로 빠진다. 

  겁 없는 세상이 안타깝다.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서 겁 없이 거짓말을 하는 게 불안하다. 고집과 불통으로 겁 없이 밀어 붙이는 게 밉고 밉다. 모두가 잘못이라고 지적해도 아랑곳 하지 않고 겁 없이 뭉개니 답답하다. 대화 상대를 원수로 치부하며 겁 없이 이기심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게 괘씸하다. 힘없는 사람에게 겁 없이 주먹을 내지르며 호통을 치는 게 꼴사납다. 쥐꼬리만 한 권력을 이용하여 겁 없이 부정을 일삼고 책임지지 않으니 참담하다. 눈을 들어 팍팍한 삶의 주변을 살펴보니 겁 없는 행패 때문에 겁먹은 겁쟁이가 너무 많아 안타깝다. 

  겁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꾼다.  화재 현장에서 불 속으로 겁 없이 뛰어 들어 사람을 구해내는 소방관들은 이 시대의 영웅이다. 물에 떠내려가는 어린이를 구하기 위하여 겁 없이 물속에 뛰어든 젊은이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의인이다. 이십여 년 동안 어려운 이웃을 위해 겁 없이 기부를 이어오는 “얼굴 없는 천사”는 매서운 추위를 훈훈하게 녹이는 아름다운 천사이다. 어려운 집안 환경 속에서도 미래의 꿈에 도전하는 겁 없는 학생들은 우리의 소중한 꿈나무다.

  겁 없는 세상! 이 두 가닥의 갈림길에서 함께 걸어 갈 길을 생각해 본다. 무모한 겁 없는 세상을 단호히 배격한다. 분수에 넘치거나  도리와 이치에 맞지 않는 겁 없는 행위는 함께 할 수 없다. 남을 먼저 챙기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화합하는 일에 겁 없이 참여한다. 약자를 보호하고 감싸주고 보듬어 주고, 실패하거나 좌절한 사람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겁 없는 세상을 꿈꾼다. 자기 능력의 한도에서 겁 없이 올바로 행할 때 박수 받고 칭찬 듣고 환영 받을 것이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어떤 겁 없는 길을 택할 것인가. 선택은 자유지만 책임은 각자의 몫이다.  절제 있는 겁 없는 세상이 우리가 지향하는 살기 좋은 올곧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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