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결제’ 문화가 릴레이처럼 형성되고 있다. 물론 본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긍정적 선결제와 달리 부정적 측면의 선결제 문화가 이전에도 있었다. 가령 ‘뇌물성 접대 문화’였다. 자신의 이익이나 영업적 이익을 위해 식당, 술집 등에 비용을 미리 지불해 두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분명 안면 있는 상태에서 이익 추구라는 거래 목적이 있었지만 현재의 선결제는 불특정 다수에게 마음을 전하는 순수함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 상황이 매우 요란하다. 불안을 느낀 시민들이 촛불과 야광봉을 들고 거리로 나선 지 꽤 오래다. 나이 어린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일반인 등이 찬바람을 맞으며 영하의 추위와 싸우는 이들이 많아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다. 어느 자영업자는 가게 앞에 메모를 붙이고 집회에 참석하기도 하고, 지방에서는 버스를 대절하여 참석하기도 한다.

 반면에 생업에 쫓겨 현 정치 상황을 외면 아닌 외면한 채로 살아가는 이들도 많다. 이 중에는 비록 시간 혹은 사정에 의해 참석하지는 못할망정 마음만큼은 함께한다는 의미로 집회 인근의 카페에 음료 100잔을 선결제하는가 하면, 식당에서는 “집회 다녀왔느냐?” 묻고 밥값을 대신 결제하고 간 이도 있다. 또 어떤 이는 직접 만든 빵을, 어떤 이는 어묵, 요거트 음료와 핫팩 등을 전하는 이도 있었다.

 MBC 보도에 의하면 모 정치인은 수감에 앞서 음료 333잔을 ‘이별 선물’이라며 선결제한 일도 있었고, 모 연예인 또한 선결제 문화에 동참하기도 했다. 어떤 이는 집회 참여자들을 위해 선결제 매장을 안내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집회 장소 주변 식당의 선결제 안내와 선결제 된 물품의 목록, 수량 및 소진 여부 등을 상세히 안내하기도 했다. 이 따뜻한 마음 하나하나가 모여 새로운 문화의 물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집회가 끝난 후 현장에 남아 있는 쓰레기를 쓰레기봉투에 담아, 거리를 집회 이전의 상태로 돌려놓는 시민 의식 또한 아름다운 문화가 아닐 수 없다. 외국 기자는 이 상황이 담긴 기사를 작성, 사진과 함께 자국으로 보내자 기사를 본 외국인들이 한국인들을 극찬하기도 했다.

 살다보면 마음 없이 형식적인 물질이 오는 경우가 있고, 마음 없이 마지못해 물질을 건넬 때도 있다. 물론 따뜻한 마음만으로도 가슴이 벅찰 때가 있다. 하지만 작을지라도 정성껏 마음을 담아 물질을 보내고 받는 것이 관계를 더 돈독하게 하는 건 아닌지, 그래야만 주고받는 이의 마음이 더 오래 행복하지는 않을지 곰곰이 생각하게 한다. 

 선결제를 한 시민이나 집회를 마친 후 뒷정리까지 마무리한 우리 국민들이 쌓는 문화, 릴레이로 대대손손 이어지는 것도 바랄 수 있겠다. 

 위기에 처할 때마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손 내밀고 힘을 모아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우리 민족을 사랑한다. 솔선수범하는 대한민국 국민의 의식 수준을 사랑한다. 이러그러한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문화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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