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개떡일까? 개는 인간과 아주 가깝게 지내 왔다. 그런데 '개-'라는 접두사는 그다지 긍정적인 의미로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질이 떨어지는'의 뜻을 더해 준다. 그래서인지 개떡을 수준 낮은 떡이라며 부르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말에는 풀이나 과일, 심지어 욕설에 ‘개-’ 자를 붙여 질 낮은 수준을 나타내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띈다. 표현이 풍부하여 찬사를 듣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개’라는 글자를 긍정보다 부정적인 면만 편식하는 것 같아 사뭇 염려스럽다.

  ‘개떡 같은 세상’이라고 투덜대는 소리를 듣는다. 저마다 하는 일이 잘 안 풀리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자기도 모르게 내뱉는 말이다. 불볕더위로 잠 못 이루는 서민들이 혼란스러운 사회현상에 대한 한숨 섞인 외침이다. 생활의 기본조차 모르고 편 갈라 싸움만 하는 인간들을 향한 절규이다. 힘없는 약자들은 이조차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끙끙 앓는 게 더 서글프다.

  ‘쑥’은 단군신화에도 등장하고 있을 만큼 오래된 식물이다. 쑥은 가난했던 시절 배고픔을 달래 주는 양식으로도 활용했다. 소독약 하나 변변히 갖추지 못했을 때 벌레 물린 곳이나 베인 상처에 쑥의 어린잎의 즙을 내어 환부에 발라 준 할머니가 생각난다. 초저녁 마당에 생 쑥을 태우는 모깃불 연기는 쑥 냄새를 풍기며 하늘 높이 올라 마치 봉화대를 연상케 했다.

  쑥은 아무 땅에서나 ‘쑥쑥’ 잘 자라는 모습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쑥은 뿌리로도 번식을 잘하여 가뭄을 잘 타지 않는다. 불탄 자리에도 제일 먼저 돋아나 자란다. 일본의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곳에서 제일 먼저 자라기 시작한 게 쑥이었다. 쑥의 끈질긴 생명력과 번식력은 문명사회에서 갈수록 나약해지는 인간들에게 무언의 가르침을 제시하는 것 같다. 

  개떡을 먹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개운치 않다. 개떡의 재료인 쑥을 어디서 채취하여 사용하는지 궁금해서다. 우리네 주변 환경이 너무나 오염되었기에 생기는 노파심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지천으로 자라는 쑥을 살펴본다. 중금속이 오염된 공장 주변과 하수구, 악취 나는 쓰레기장 인근에서도 잘 자란다. 먼지투성이의 도로변과 농약으로 범벅된 논두렁에서도 잘 자란다, 한여름에 왕성하게 자라 쇤 쑥 가지를 낫으로 베어가는 것을 보니 의심스럽다. 만에 하나, 이런 곳의 쑥을 개떡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한다면 이건 큰 문제다. 식품 위생적으로 득보다 독이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청정 지역에서 채취하고 위생적으로 처리하여 맛있는 떡을 만들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쑥떡의 위상을 높이고 더 사랑을 받으려면 철저히 검증된 쑥을 사용해야겠다. 믿을 수 있는 쑥만을 사용한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자신 있게 제시해야 한다. 추억으로 맛으로 승부를 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내 식구가 먼저 당당히 먹을 수 있다는 절절한 마음으로 쑥떡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쑥을 가지고 쑥덕거리기 시작하면 추억의 쑥개떡과 개쑥떡은 큰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예전부터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죄가 제일 큰 죄라 했음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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