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이전에 방문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이번에는 보이기 시작했다. 첫 방문에는 칼리보라는 섬에 위치한 공항에 내려 차로 선착장까지 한참을 이동한 후 배로 보라카이 섬으로 이동하고, 또다시 숙소까지 지역에만 있는 개조차량이나 벤을 통해 이동하는 것이 무척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지역에 연륙교가 개통되었을 때 장자도, 선유도 등을 참 편하게 방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극히 효율성의 측면에서 말이다.

 시간이 꽤 지나고 두 번 째 방문한 보라카이에서 이번에 느끼고, 발견한 것은 그 전과는 전혀 다르다. 첫째, 여전히 불편한 이동 과정이 오히려 관광을 주요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지역민들에게는 안정적으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겠다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관광객을 위한 편의적 관점에서 이동 과정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역 고유의 운송수단 종사자, 픽업샌딩 종사자, 배에서 짐을 옮겨 주는 포터의 일자리는 사라졌을 것이다.  

 필자가 발견한 보라카이의 변화 포인트 두 번째는 이제는 각 점포를 지키는 보안 요원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전에 방문했을 때는 이곳 저곳 총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현지 경찰들만이 각자의 위치에서 근무를 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상점에서는 총을 들고 있는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 이는 필리핀 정부가 지역민들에게 신뢰를 주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셋째, 지역 구성원 간 호혜적 관계 구축의 흔적이다. 지역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포럼, 세미나가 열렸을뿐 아니라 세대, 성별, 출신 등을 구별 짓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경제공동체로서 여기며 중요한 구성원으로 이해하고 인정하고 있음을 느꼈다. 한 예로 해변을 거닐며 연주하는 그룹의 구성원이 다양하고, 누구든지 그 행렬에 참여할 수 있으며 특정 가게 앞에서 오래 머문다고 해서 불평을 털어 놓는 이도 없었다. 게다가 관광객들을 직접 대면하는 마케터(관광객을 상대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매개하는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붉히며 자기만의 실적을 위해 경쟁적으로 상대를 대하지 않고 오히려 서로 돕는 모습을 통해 지역의 미래가 밝아 보였다. 

 우리 지역 관광의 핵심축이 선유도를 비롯한 고군산군도로 이동하고 있다. 고군산군도 K관광섬, 해양레저체험 복합단지 조성, 예술섬 등의 사업을 통해 보라카이와 같은 세계인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지역민은 여전히 내가 먼저, 우리 권역이 먼저라는 생각으로 관광객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고, 군산시는 지역 관광 개발 과정에 있어 지역민과 상인들과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해 꾸준히 만나 호혜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것이다. 고군산군도는 그 누구의 것이 아니다. 잠시 우리가 빌려 살고 있을뿐. 결국 다음세대에게 물려 주어야 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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