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수십 년 노점상을 해서 가난으로 학업에 정진할 수 없는 학생들을 위해 기부를 한다거나, 부모 없는 아이들이나 결손 가정의 아이들을 남모르게 돕는다거나, 독거노인의 집에 수년간 반찬을 해서 몰래 놓고 오는 이의 그림자를 이름이다.

 지난여름, 수강생 중 한 사람이 어느 문학잡지에 등단하게 되었다. 9월 개강을 하자마자 눈에 띈 것은 군산대학교 후문 쪽 게시대의 현수막이었다. 소속된 과 ‘일동’으로 내걸린 축하 현수막이었는데, 필자는 수강생들이 의당 십시일반하여 내건 것이려니 했다. 그래서 수업 시작 전, 수강생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당선자에게는 축하 인사말을 전했다.

 그런데 한 달쯤 후에 알게 된 사실은 과대표 자비로 현수막을 걸면서 ‘과 일동’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물론 과대표의 가정경제 형편을 짐작했을 때 현수막 비용이 큰 부담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생색내기 좋아하는 세상에 누구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음을 안다.

 더군다나 진정으로 성의를 표한다는 것은 크고 작음이나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닌 것이다. 필자는 이런 때 그 사람의 그림자를 마주한 것 같아, 세상에 처음 눈뜬 사람처럼 환희에 젖는다.

 며칠 전, 10월의 마지막날이었다. 변화되지 못한 것은 필자만의 일은 아닐까. 가로수도 숲도 어느새 잎을 내리고 있었다. 심지어 호수로 가는 길 옆 숲속 벤치에는 낙엽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쓸쓸할 시간조차 없는데 쓸쓸한 척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래야 가을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하고 계절을 향해 엄숙히 옷깃을 여몄다.

 은파호수 백련지를 지나 안쪽으로 진입하다보니 위쪽 벤치와 소나무 사이에 미니 텐트가 보였다. 예전에 없던 것이라서 호기심에 다가가 보았다. 그 텐트는 제법 튼튼해 보이는 비닐 텐트였다. 그곳에는 물그릇이 두 개 있었고 그 옆에는 개집 형태의 작은 집이 있었다. 그 안에는 이불도 놓여 있었다. 누군가가 길냥이를 위해 설치하고 보호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소나무 틈에는 손글씨로, 고양이가 입양을 가게 되었다며 그동안 관심 가져준 분들께 감사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누구일까. 어떤 그림자의 행동이었을까. 

 겸손은 반드시 대상이 존재했을 때만 빛을 낸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인위적인 냄새가 스며있다. 그러나 그림자는 상대를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빛을 내며 그 어떤 향기도 냄새도 없다. 좋은 물에 향기가 없듯이.

 그러므로 그림자와 같은 사람은 좋은 물과 같다. 그 어떤 빛도 원하지 않으며 향기도 구하지 않는다. 단지 본질적으로 누군가에게 자발적인 도움을 주려는 마음뿐인 것이다. 

 필자는 희망한다, 그들의 그림자 닮기를, 물 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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