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그 어느 동물보다 사람과 가깝게 지내며 교감을 제일 많이 나누는 동물인 편이다. 먹는 것도 사람과 같은 잡식이다. 사람에게 복종하고 인명을 구조하고 마약을 탐지하고, 집을 지키고, 시각장애인을 도와주는 등 우리에게 아주 유익한 동물임이 틀림없다. 그래서일까. 일부 우리네 할머니들의 손주 사랑은 유별나다. “예쁜 내 새끼, 우리 강아지.”라고 자랑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할머니의 진한 다정다감함이 자연스럽다. 할머니들은 귀여운 손주를 왜 하필 내 강아지라 부르며 좋아할까. 

  언제부터인가 일부 사람들의 개에 대한 사랑은 상상을 초월한다. 개를 어찌나 끔찍이 사랑하고 애지중지하는지 보기 민망할 때도 있다. 먹는 것 입히는 것에 많은 돈을 지출한다. 아프고 병나면 병원에서 고가의 진료와 치료를 받는다. 목욕을 시키고 선풍기로 털을 말리고 곱게, 아주 곱게 빗질을 한다. 이불 속에서 끌어안고 같이 잠도 잔다. 귀엽고 예쁜 다양한 이름을 붙여준다. 럭키, 복술이, 해피…. 귀엽고 복과 희망을 담고 있는 가장 좋은 뜻을 나타내려 한다. 심지어 작명가한테 의뢰하여 이름을 짓기도 한다. 개 장례식장이 성업 중이라 한다. 

  세찬 바람 속 개 한 마리가 벌벌 떨며 누군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얼마나 굶었는지 뼈가 앙상하다. 멋대로 자란 눈 위의 긴 털 때문에 앞을 잘 볼 수도 없을 지경이다. 여름 한 철 법석대던 해수욕장에 버리고 간 개들이다. 이름 모를 섬에 내버리고 도망치듯 배를 타는 주인 보고 같이 가자고, 나 여기 있다고, 살려 달라고 목 터지게 짖어댄다. 그러다 결국 지쳐 주인이 사라진 쪽 먼 하늘만 바라본다. 허망한 눈망울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애잔하다. 

  반려건 사육 천만인 시대라 한다. 개를 끔찍이 사랑한다며 죽고 못 살 것 같이 수다를 떤다. 개고기 먹는다고 야유하며 거품 물고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며  동물 보호 선봉장으로 나선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몽둥이로 마구 때리고 차에 매달아 달리고 심지어 굶겨 죽이고 늙고 병들면 영리한 개가 찾아올까 멀리 외지에 내다 버리기도 한다. 유기견이 산과 들을 떼 지어 몰려다니며 점점 들개처럼 되어 간다. 목장에 침입하여 닭을 물어 가고 심지어 송아지도 물어 죽인다. 때로는 사람도 갑자기 공격한다. 노인과 어린이들은 밤중에 나들이하기가 겁난다며 대책을 호소한다. 어제도 오늘도 내다 버린 유기견이 한두 마리가 아니다. 이를 보다 못해 대려다 키우는 어느 노인네를 오히려 한심스럽다며 비아냥거리는 세태다.  

  개의 새끼는 강아지다. 새끼 개, 개 새끼라고도 부른다. 강아지는 어감도 부드럽고 생김새도 귀엽고 친근감이 있어 안아 보고 싶다. 그런데 “새끼”라는 말은 왠지 듣기 거북하고 그리 품위 있는 말씨가 아닌 느낌이다. 특히 개 새끼는 더더욱 듣기 불편하고 어투에 따라 심한 욕설로 들린다. 

   개 새끼라는 속된 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좋아하던 개를 버리고 나 몰라라하는 비양심적인 두 얼굴의 인간이 존재하는 한 개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 까지 덤으로 “개 새끼”라고 욕먹는 부끄러운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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