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문제들 가운데서 심각한 것이 바로 언어의 폭력이다. 말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있어서 얼마나 귀중한 요소인가 하는 질문은 말이 통하지 않을 경우에 느껴지는 답답함과 불편함을 생각해 볼 때 분명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말을 할 수 없고 또 들을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은 두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낯 설은 외국인을 만났을 때 말은 하면서도 알아듣지 못하면 답답해서 견디기 힘든 것이다. 같은 땅에서 발을 딛고 살지만 다른 행성의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들의 삶을 편리하고 유익하게 해주는 말이 함부로 던져지거나 잘못 사용됨으로 인하여 우리들에게 가져다주는 손실과 아픔은 상상을 넘어설 만큼 심각한 것이다. 의도적으로 상대방을 욕되게 하고 심하게는 몰락시킬 목적으로 내뱉는 말은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어떤 무기보다도 더 심각한 폭력으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런가 하면 무책임하게 그냥 지껄이고 지나간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의 명예를 짓밟고 한 가정을 뒤흔들어 놓을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우리는 다른 사람을 무자비하게 저주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옛 속담에 욕이 들어가는 구멍은 없다는 말이 있지만 저주하는 그 사람의 마음에는 무서운 독기가 도사리고 있으며 그 저주를 듣는 사람은 칼을 맞는 것보다 더 큰 상처를 받게 되고 옆에서 듣는 사람도 마음이 편치 못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람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언어가 잘못 사용 될 때에 무서운 폭력으로 작용하는 것이 분명한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삶의 현장은 어떠한가? 옛날에는 사람의 주먹이나 무기를 사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육체적인 상처를 주고 심한 경우에는 생명을 잃게 하는 행위만을 폭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의 내적인 가치를 더 귀하게 여겨서 정신적으로나 명예 상으로 받는 피해를 더 심각하게 여기고 보상을 요구하고 받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남녀 간의 성적인 차이를 상대적으로 인식하고 상대방에게 괴롭힘을 주는 행위도 성폭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언어의 폭력에 대해서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언어의 폭력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도, 부부간에도, 교사와 학생 간에도,  직장이나 길거리에서도 또한 정치인들의 입에서도 예측할 수 없는 불청객처럼 나타나서 우리 사회를 혼탁하게 하고 아픔을 겪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언어의 폭력으로 인한 아픔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것일까? 물론 여러 가지 제도나 법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말은 입으로 나오는 것이지만 마음에 있는 것이 표출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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