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 ‘탁류’의 저자 군산출신 채만식 작가에 대한 문학사적 평가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명암(明暗)이 교차하고 있다. 

그의 일부 작품에 반영된 친일 행위, 이후 자신의 친일 행위에 대한 고백 등이 이어지면서 후세의 평가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본지는 채만식 작가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고, 지역 문학 자산에 대한 자부심을 일깨우기 위해 군산문화원향토사연구소장을 역임한 최규홍 군산문인협회 이사(전 군장대학교 교수)의 ‘소설가 백릉 채만식 이야기’ 특별기고를 4회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주-

 백릉 채만식(1902-1950)의 고향 군산은 장편소설 ‘탁류’의 고향이다. 그는 식민 지배의 위기가 고조 되었던 1902년 옥구군 임피면 읍내리 274번지 중농 집안의 5남 1녀중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불행하게도 6.25 전쟁이 발발하기 2주일 전 49세의 젊은 나이로 요절했다. 채만식은 ‘탁류’ 등을 통해 당시 우리 조선인들의 삶을 풍자적으로 표현했던 대표적인 작가였다.

그가 간 지 70여 년이 흘렀지만 남긴 작품세계는 군산항 선창가에 불멸의 화신처럼 남아 있다. 고향의 후학들은 1984년 6월 11일 ‘탁류’의 현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월명공원 정상에 ‘백릉 채만식선생문학비’를 건립했다. 문학비 전면에는 ‘탁류’의 머릿글이 선명히 새겨져 있다.

‘---이렇게 에두르고 휘돌아 멀리 흘러온 물이 마침내 황해 바다에다가 깨어진 꿈이고 무엇이고 탁류 채 얼려 좌르르 쏟아져버리면서 강이 다하고 강이 다하는 남쪽 언덕으로 대처 하나가 올라 앉았다. 이것이 군산이라는 항구요, 이야기는 예서부터 실마리가 풀린다.’  ‘탁류’는 일제강점기 장마철 흙탕물 같이 세태에 휩쓸린 여인의 운명을 그린 사회상을 집약한 것이다. 그러면서 잔잔하게 흐르는 금강의 물줄기처럼 유려하고 토속적인 사투리가 펼쳐진다. 후면에는 이고장 시인 홍석영의 ‘글’이 새겨져 있다. ‘---탁류는 한 시대의 역사적 현장으로서 세태의 혼탁한 흐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인간의 탐구에 기여한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했다.

 내항 주변 미두장 터 가까이 쌀 창고가 있던 곳에는 ‘탁류’에서 미두장 투기로 재산을 탕진했던 정주사와 그의 딸 초봉, 고태수, 곱추 장형보 등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그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와 째보선창을 거닐고 있는 듯하다.  

 채만식은 읍내리 향교 옆 임피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서울 중앙고보에 진학했다. 백릉 연보에 따르면 그는 중앙고보에 재학중이던 1920년 4월 부모로부터 결혼하러 급히 귀향하라는 편지를 받고 부모의 강권으로 함라에 사는 규수 은선흥(1901-1993)과 결혼을 했다. 그들은 구습에 따라 은선흥과 조혼을 했지만 결혼 초부터 별거를 했다. 

 채만식은 1922년 중앙고보를 졸업 후 일본 와세다(早稻田)대학 제일고등학원 문과에 유학을 했다. 중앙고보 재학시에 축구부 대표선수로 활약을 했지만 유학 후에도 대학 대표팀 센터포드 역으로 활약을 했다. 그가 동아일보 재직시에도 야구부 선수로 활약을 한 것을 보면 각종 구기 종목에 소질이 있었던 것 같다. 그는 1923년 여름방학 때 귀국후 복교하지 않았는데  집안의 경제적 몰락과 관동대지진의 충격 때문이었다. 

 채만식은 귀국 후 부인 은선흥과의 사이에 무열(1924-1945)과 계열(1928-2004)을 두었지만 남편과 정이 멀어진 그녀는 고아인 딸 복열(1926-1991)을 입양하기도 했다. 광복 직전 그녀가 시댁의 고된 시집살이 끝에 분가해 친정 함라에서 살 때 일이었다. 채만식이 탄 버스가 처가가 있는 함라를 지날 때 장남 무열이 우연히 그 버스에 승차했다. 부자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으므로 채만식과 동행했던 사람이 ‘네 아버지’라고 알려 주었다.

 그러자 무열은 ‘나에겐 아버지가 없어요’라고 대답을 했다. 그 때가 채만식이 향리에 잠시 내려와 있을 때로 추정되며 무열은 1945년 2월 열병으로 함라면 함열리 358번지에서 사망했다. 은선흥은 무열이 친부와 만난 충격으로 죽었다고 생각했다. 장남을 의지하며 살았던 그녀의 원망과 상심은 무척 커 채만식이 와서 대문을 두드렸으나 끝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후 그녀는 가족을 이끌고 구리 교문리로 이사해 삯바느질로 생활을 이어갔다.

 손자 채석재는 할머니가 생전에 사용했던 손때 묻은 재봉틀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그의 조모는 1993년 10월 21일 노환으로 별세(93세)해 ‘남양주 모란공원묘지’에 모셔져 있다.  채만식은 혼외부인 김씨영(金氏榮)과의 사이에 병훈(1942-1985), 출가한 영실(1944-생존추정), 영훈(1947-1996)을 두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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