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 전 아버지는 어린 자식과 아내를 뒤로하고 오랑캐를 무찌르겠다고 제주도 훈련소로 떠난 뒤 돌아온 건 전사 통지서 한 장뿐 이었다. 19세 때 나를 낳은 어머니는 20대 초반 꽃다운 나이에 제대로 피워보지 못한 채 미망인이 되었다.

 전쟁 중에 흉년들어 먹을 게 없어 식구 하나라도 줄이려고 어린 자식을 데리고 친정에 가거나 개가를 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를 보훈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이 슬픈 사연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버지는 1951.8.8. 입대하여 7사단 소속으로 전투 중1952.1.27. 전사하셨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1958년) 현충일에 회현면사무소에서 추념식을 마친 후 아버지의 유골함을 받아 지곡동 선산에서 매장하기 전 함 뚜껑을 열어 몇 개의 유골과 계급장 인장 군번줄을 보았다. 그날 하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던 어머니를 오랜만에 보았다. 어머니는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함께 살지 않았다.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다. 어머니에게 “젊은 나이에 혼자 살 수 없으니 개가하여 살다가 20년 후에 다시 들어오라” 하셨다고 한다. 내가 어미 없는 자식을 만들지 않으려고 호적은 줄 수 없었다고 한다.

 6.25 전쟁이 휴전된 후 당시는 국가적으로 매우 어려웠지만 지금의 우리나라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였으나 호국 장병 전사자들의 유자녀에게는 도시 생활 근로자의 기초 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당을 지급하고 있고 1998년 이후 사망한 전몰군경 미망인의 자녀인 신규 승계유자녀들의 수당은 차별을 둬 홀대하고 있으며 유족 유자녀는 국가유공자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복지에서도 소외되고 있다. 

 잘 가르치고 잘 키운 보배 같은 자식을 군에 보낸 뒤 순직한 부모 유족도 마찬가지다.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청춘의 한을 가슴에 묻고 유족으로 살아가는 국가유공자 유족의 현실이다. 부상자보다 전사자가 보상금 더 받아야 하지 않은가.

현 보상체계는 국가에 목숨을 바친 유공자의 유족에게 상이군경 6급 수준의 보상금을 주고 있는 것이 공정이고 정의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가를 위해 청춘을 바친 영웅은 잊지 않겠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가. 전몰군경 유족·유자녀를 홀대하면 어느 누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하겠는가. 휴전상태인 현실과 북한의 적화야욕으로 핵무기개발과 탄도미사일을 쏘아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안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국가보훈처가 보훈부로 승격됨을 계기로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보상원칙)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공헌 정도에 따라 보상한다” 는 원칙이 잘 지켜지기를 바라며 신규 승계유자녀들의 보훈 수당도 차별 없이 지급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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