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로는 개 구(狗), 여우 호(狐), 이리 랑(狼), 사자 사(獅), 원숭이 원(猿) 등이 있고 동물의 성질로는 낭패(狼狽), 교활(狡猾)이라든가 사나울 맹(猛) 등이 있다. 

창궐(猖獗)은 말 그대로 창은 개가 아무나 보고 마구 짖는다는 것이고, 궐은 개가 발을 힘차게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니까 창궐은 ‘미친 개가 들고 일어나 마구 날뛰는 것’이 된다. 

얼마나 무섭겠는가!

전염병이 창궐한다고 말한다.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국어사전에 창궐을 ‘좋지 못한 병이나 못된 세력이 걷잡을 수 없이 설침’이라 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여 3년 여 동안 질병에 대한 두려움에 격렬한 반응으로 표출되었다. 

취약계층에 먼저 찾아온 우울과 불안, 분노는 점차 예상을 넓혀갔다. 

장기화되면서 우울의 농도는 짙어졌다. 

제대로 대처못한 사회안전망으로 인해 장애인, 노인, 비정규직,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삶이 힘들었다. 

돌아보면 우리가 버틴 3년은 참담했다. 

방역의 문을 열고 잠그기를 반복하느라 모두가 지쳐서 차라리 백기를 들고 싶을 때가 있었다. 

매번 ‘앞으로 2~3주가 고비’라는 말에 마음을 다잡았고, 백신을 맞으면 괜찮겠거니 했는데 더 강한 변이가 생겨 끝이 보이지 않았다. 

이제 마스크를 벗는다고 한다. 

바이러스 감염은 물론이고 더 혹독한 전염병의 창궐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3년의 시간에서 배웠다. 

그래도 배우지 못했다면 배우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 배울 가능성은 있는 것인가?

지난 3년 간 일상의 필수핌이 된 마스크에 아직도 마련이었는데 마스크를 벗게 된다니 왠지 허전한 기분이다. 

의료 전문가도 아닌 내가 코로나 방역의 가장 강력한 도구를 어떤 형태로든 거론하는 것은 신성모독처럼 겁이 난다.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지역의 노골적 혐오, 확진자 동선 공개와 낙인 찍힘, k 방역 캠페인이 있을 때마다 짜증스럽고, 화가 치밀고, 복잡한 심경이었다. 마스크 쓰기가 지겨웠다. 

그 부직포 조각에 무슨 죄가 있을까! 아니지 우리를 역병으로부터 지켜준 고마운 물건이었다. 

‘나를 위한 것’인데 질병과 죽음의 공포로부터 보호하는 것인데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은 즉각 반사회적인 사람으로 지목되었다. 

이 어려운 시대에 그깟 마스크 한 번 쓰면 될 것인데 뭐가 그리 불만이냐고 나무라는 사람도 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짚고 넘어가고 싶다. 

국가나 권력기관은 국민 보호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황에 따라 국민을 일률적으로 규제할 권리가 일시적으로 주어진다. 

그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 국민은 권력기관의 규제방식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그 의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 통제는 늘 최소한에서 끝내야 하는데 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마스크 의무가 일부 해제되었는데 계속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오랫동안 통제와 위축이 깊이 각인되어 눈치보기의 결과인 것인다. 

이제 코로나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코로나가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세상을 떠난 이들을 단지 숫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추모할 수 있는 마음의 시간이 필요하다. 

차별의 구조를 제대로 알고 개선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정말로 회복해야 하는 일상이다. 

마스크를 벗는 것만으로 문제 해결이 될까?

코로나19 바이러스 완전한 끝은 언제일까.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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