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아야 한다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태극기가 없어 종이에 태극기를 그려 장대 끝에 매달아 시골집 함석 대문 기둥에 내 건 기억이 새롭다. 태극기를 제대로 그릴 리 없고 대문 왼쪽 오른쪽 위치도 잘 몰랐으니 오히려 태극기에 대해 불경을 저지른 셈이었다.   

일학년 또래의 초등학생들이 태국기와 태극기를 가지고 서로 우기는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 “우리나라 국기는 태국기다.” 라고 말하면 “아니다. 우리나라 국기는 태극기다.”라고 정색을 하고 바로 말할 사람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있을까? 결과는 지적 수준이 아니라 관심의 차이일 것 같다. 

외국에 나가 태극기를 보면 감동적이고 콧등이 시큰하여 아무리 소인배라도 모두 애국자가 된다고 한다. 얼마 전 성조기와 태극기를 들고 거리를 누비며 고함치는 일부 단체들을 보고 태극기를 지극히 사랑하는 것 같아 박수를 보냈는데, 그들 중 몇몇이 태극기를 깔고 그 위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 국기 게양식과 하강식을 떠 올려 본다. 자발적이라기보다 어쩌면 강제적인 측면이 강했지만, 그렇다고 국기 게양식과 하강식에 대해 큰 불편을 느끼거나 쓸데없는 짓이라는 불평은 안 한 것 같다. 오히려 태극기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는 초등학교 때 불렀던 노랫말이다. “휘날리는 태극기는 우리들의 표상이다.”는 우리나라 군인들이 부르는 군가의 첫 소절이다. 이를 살펴보면 태극기가 높은 깃대에서 힘차게 펄럭이는 광경은 감격적이다. 이에 비해 휘날리는 태극기의 광경은 많은 수가 움직여서 역동적이고 감동적이다. 

오토바이에 태극기를 달고 다니며 판매하는 어르신을 본 기억이 있다. 비록 생계를 위해 태극기를 판매하러 다니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태극기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 같아 존경스러웠다. 

아파트 전성시대다. 수많은 아파트의 전 세대 창밖에 국경일에 태극기를 내걸 수 있는 시설이 아주 잘 되어있다. 주민들은 이 좋은 시설이 잘 준비되어 있는데도 왜 태극기를 내걸지 않을까? 미처 태극기가 준비되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태극기에 대한 무관심일까? 억지로 애국자가 되기 위해 태극기를 내걸자는 게 아니다. 태극기를 내걸고 사랑하면 자연히 애국심은 생기기 마련이다.     

태극기 달기 운동을 펼쳐보자. 이는 민간단체나 뜻있는 인사들이 했으면 하지 말고 시청이 주도적으로 시행해도 나무랄 일이 아니다. 국경일에 아파트 창가에 휘날리는 태극기 물결을 상상해 보라.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해외 토픽감이다. 
갑자기 군산시 전체가 행하기 어려우면 시범적으로 몇몇 아파트 단지를 운영해 보자. 반응이 좋고 결과가 좋으면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갔으면 한다. 다른 어느 도시에서 꿈조차 꾸지 않는 획기적이고 독특한 선행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군산은 남한 최초의 삼일운동이 일어난 곳으로 구암 삼일 동산에 가보면 휘날리는 태극기를 통한 군산의 맥과 혼을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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