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스마트폰, 핸드폰, 휴대폰, 휴대전화, 손 전화.’ 그중에서 ‘손 전화’가 ‘순화어’라는 것을 최근에 알았으나 익숙지 않은 탓인지 부르기가 어쩐지 어색하고 스마트폰이 쉽게 튀어나온다. 아무튼 다양한 이름만큼 우리네 일상의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은 이 기기의 위세는 앞으로 어떤 변화와 혁신을 일으킬까 자못 궁금하다.
급한 일이 생겨 지인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신호는 가는데 받지 않는다. 몇 번을 시도했더니 이내 받을 수 없다는 소리가 나온다. 불길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십분 전에 나와 헤어졌기 때문이다. 말 못 할 사정이 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가 싶어 좀 기다렸다가 다시 걸어도 변함이 없다. 지인의 집은 가까운 거리라서 자전거를 타고 급히 가면서 계속 통화를 시도했으나 여전히 묵묵 답이다.
지인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지인이 문을 열더니 나를 보고 깜짝 놀란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우선 지인의 얼굴을 보니 다행이라 생각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왜 전화를 계속 안 받아 사람을 놀라게 하느냐 말했더니 지인은 오히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이다. 그동안 전화벨이 한 번도 울린 적이 없단다. 오히려 내 스마트폰이 이상 있는 것 같다며 느긋하게 스마트폰을 열어 본다. “아뿔싸!” 조금 전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 전 무음으로 해 놓은 상태를 깜박 잊고 해지를 안 했던 것이다. “열 번도 더 왔네. 미안해.” 지인은 요즈음 왜 그런지 중요한 것을 자꾸 까먹는다며 죄 없는 나이 탓을 했다.
누구나 살다보면 공연이나 강연, 회의나 결혼식 등 엄숙한 자리에 참석하는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이때 진행 요원이나 사회자는 행사 시작 전에 원활한 진행을 위해 소지하고 있는 스마트폰을 무음이거나 꺼 달라며 ‘강제적(?)’인 부탁을 한다. 물론 개인이 습관적으로 미리 알아서 무음으로 놓거나 아예 끄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는 기본적인 매너이니 앞으로 스스로 실천하는 분위기가 정착 되어야 하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행사 시작 전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스마트폰을 꺼 달라 해놓고 폐회나 폐식을 선언하면 그만인 것이다. 여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꺼 달라 사정했으면 폐회나 폐식사 전에 “여러분, 가지고 계신 스마트폰 살리세요.”라고 재치 있는 말을 해주는 것이 사회자의 당연한 도리요 참석자에 대한 예의 아닐까. 나아가 앞으로 모든 식순이나 회순 끝에 아예 ‘스마트폰 해제’라고 써넣으면 얼마나 신선하고 발전적인 발상인가. 어찌 보면 아주 소소한 일이고 별일 아닌 것 같으나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위력 앞에서 참석해 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열 번 하는 것보다 이 같은 작고 신선한 배려가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회생활이 복잡하고 고령화 시대에 어떻게 생각하면 소소한 일인 것 같으나 그렇지 않다. 아주 중요한 대목이다. 매번 깜박 잊었다고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급한 전화는 다양하게 전개된다. 급한 일에 부모가 자녀가 친구가 통화가 안 되어 당황하고 걱정하여 안절부절 못하는 답답한 심정을 헤아려 볼 일이다.
배려는 큰 것보다 작은 것일수록 아름답다. 밝고 맑은 아름다운 사회생활을 이루려면 이 같은 소소한 배려부터 바로 실천하는 길이 모범 답이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