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철 수필가
가을이 무르익는 이 좋은 계절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19라는 괴물에 발목 잡혀 전전긍긍하는 우리네 처지가 우울하다. 하지만 진흙탕에서도 아름다운 꽃이 피듯 팍팍한 우리네 삶이지만 코끝 찡한 감동어린 이야기가 샘솟으니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모 방송국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제보자’코너가 있다. 대부분 자동차 접촉사고, 쓰레기 무단방류, 신호위반 등 일상의 잘못된 사건 사고 등을 취재하여 경각심을 일으키고 말하자면 계몽성 내용이다. 그런데 그 많은 제보 중에서 너무나 색다른 제보자가 있었다.
아침이다. 어느 젊은 여자가 급히 뛰어와 차에 올랐다. 아마 출근 시간에 쫒긴 듯했다. 젊은 여자는 아침 밥하랴 아이들 챙겨 학교 보내랴 남편 밥 챙겨주랴 눈 코 뜰새 없이 아침에 정신없이 일을 마치고 출근을 하는 듯했다. 차 시동을 걸었는데 앞에 차에 올라탄 어느 남자가 출발을 안 하는 것이다 뒤의 여자는 마음은 급하고 앞에 차는 움직이지 않고 흔히 보는 아침골목의 현상인 듯하다.
앞의 차가 시동을 걸고 왜 출발을 하지 않는지 야속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지고 마음은 급하고 여자의 인내에 한계에 도달하였다. 여자는 차에서 내려 앞의 차있는 대로 가 살펴보니 원 세상에 앞에 차 앞은 건널목인데 몸이 매우 불편한 할아버지 한 분이 유모차를 끌고 건널목을 지나는데 한발 내딛는데 몇 초씩 걸리는 것이었다.
젊은 여자는 못 볼 것 보았다는 기분으로 얼른 차에 올라와 심호흡을 하며 기다렸다. 이윽고 남자가 차에서 내린다. 여자는 무슨 일인가 싶어 남자를 응시한다.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더니 여자에게 “따봉!”하면서 엄지 척을 한다. 여자도 남자를 보고 엄지 척을 한다. 그리고 남자가 스르르 차를 몰고 자리를 뜬다. 건널목을 힘겹게 건넌 할아버지가 남자의 차를 보고 손을 내젓는다. 아마 고맙다는 뜻인 것 같다. 뒤차의 여자는 쫓기는 출근 시간을 잊고 너무 감격하여 눈물이 핑 돈다. 왜 이리 마음이 흥분되고 기쁨이 넘칠까. 여자도 상기된 얼굴로 자리를 뜨며 이 광경을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는다. 여자에게 미소 띠며 엄지 척을 한 앞 차의 남자 모습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서였다.
앞의 제보 내용 중에서 앞 차의 남자가 취한 행동은 너무나 아름답고 보기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공동체 사회에서 당연히 취해야 할 기본이다. 남자는 어쩌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며 늘 몸에 밴 행동이었을 것이다.
돋보이는 것은 뒤차의 여자다. 기다림에서 궁금증으로 변하는 과정의 시간은 일반적으로 짜증의 과정이다. 그때까지 여느 일반인과 마찬가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일은 남자의 엄치 척에 울컥 감동을 받은 점이다. 그리고 이런 광경을 널리 알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알렸다는 것이다. 이 대목이 아주 중요하고 귀한 점이다.
고발고소에는 갈등의 씨앗이 대부분이다. 무조건 네 탓이라 주장하기 때문이다. 이때 순간적으로 심호흡 한 번 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상대방이 내 일가친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아주 조금만 해보자. 의외의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 되어 우리의 훈훈한 삶의 향기가 사발팔방으로 넘쳐흐를 것이다.
감동적인 ’아름다운 제보‘ 이는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나도 한 번 쯤 아름다운 제보자가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 볼만한 가치가 있음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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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