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시론]전통예술과 기술의 만남2021-01-18 09:33:09
조상훈(전통타악연주자, (사)동남풍 대표)
지난 2020년 한해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일상에서 누리던 다양한 활동이 위축되었다.
군산의 공연예술계는 어떨까?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994년 동남풍을 창단해서 27년 동안 군산을 중심으로 활동해 오며 한 번도 의구심을 품지 않았던 전통예술에 대한 미래가 암울하기에 더욱 그렇다.
코로나가 예술활동 전반에 많은 변화와 제약을 가져왔는데, 가장 큰 변화는 무대에 설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전통예술가들은 변화된 환경에 맞추어 자기들만의 독특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했다. 실연자로 무대에 한 번 오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기회마저 상실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0월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 ‘아트체인지업’사업을 실시했다. 이 사업은 물리적 환경의 제약을 뛰어넘는 예술창작과 향유를 위해 마련됐다. 다양한 여건에서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공연예술인은 공연장에서 관객을 만나기 위해 작품을 만들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얻게 되고, 관객과 만나 소통하며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이번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아트체인지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기간에 예술과 콘텐츠 제작기술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관객과의 만남이 멀어지는 현 상황에서 콘텐츠 기술을 이용해 공연예술이 가진 감동을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는 모니터를 통해 우리와 만나는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작업이다.
그런 면에서 동남풍의 이번 작업은 공연기술의 세계에 첫발을 딛는 일이었다. 관객들은 공연장에서 보다 오히려 영상에 대한 감각과 연출에 대한 눈높이가 상당하다. 이러한 면들을 고려해 동남풍 연주자들과 영상팀이 모여 콘텐츠로 제작할 작품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비대면 협업방식으로 진행했다.
연주자들이 줌zoom을 이용해 회의를 진행하면서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 지속가능한 작품활동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연주자들이 그동안 축적해 온 연주능력을 각자의 개성을 살려 크로마키choroma key 기법으로 촬영했다.
공연장을 대관하고 스크린을 설치하고 무대에 소품을 배치했다. 스크린에는 크로마키한 연주자들의 영상을 합성해 실연상황을 만들어내고 무대 소품에는 미디어파사드를 구현해서 연주를 통해 느껴지는 음색을 색감으로 연출했다.
파사드Facade는 건물의 출입구로 이용되는 외벽을 지칭하는 말인데, 파사드의 궁극적 목적은 ‘소통’이다. 건물의 입면이 다양해지면서 건물 전체의 외피 전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건물의 외피에 led조명을 설치해 미디어 기능을 구현해내는 것을 말한다.
또 하나의 작업은 지역도시경관과 관련한 예술 콘텐츠 제작이다. 그간에는 무대를 중심으로 진행해 온 전통의 재창조 작업을 지역의 도시경관이나 자연경관을 활용해 전통예술의 지평을 넓히려 시도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알아보지 못했던 공간의 역사를 알거나 장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군산에 대한 관심을 더욱 가지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영상제작 기술에 대한 용어와 방법들이 가깝게 다가왔다. 한편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서로에게 수시로 연락하고 원하는 장면을 위해 반복적으로 실연하는 과정이 필요했는데, 이는 공연예술가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의 상황과 같다. 무대에 서서 관객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연자는 힘을 얻는다.
새해에는 코로나 상황이 빨리 마무리되어 무대에서 마음껏 공연예술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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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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