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돌의 미학’의 고민2020-10-27 15:58:03
최승호 문화기획가
필자는 요사이 조지훈(趙芝薰 1920~1968) 선생의 생전 수필집인 《동문서답(東問西答)》을 읽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읽으며 필사하고 있다. 종이와 펜이 아닌 컴퓨터 모니터와 한글 자판으로 말이다.
오랜만에 독서의 깊은 맛을 느끼며 재미와 감동을 받아 한 대목을 독자들과 함께 음미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문인이라 독자들께서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선생에 대한 간략한 소개이다.
‘조지훈, 본명은 조동탁(趙東卓)이다. 경상북도 영양에서 태어났다. 독학으로 중학 과정을 마치고서 동국대학교에 입학하여 국어국문학과를 나온 그는 1939년 《문장》지에 〈고풍의상〉과 〈승무〉를 추천받아 문단에 등장하였다. 광복 후 경기여자고등학교 교사와 동국대학교 강사, 고려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1961년 벨기에에서 열린 국제 시인 회의에 대한민국 대표로 참석하였다. 이듬해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장에 취임하면서 민족문화예술 개발에 주력하였다.
청록파의 한 사람으로 시집으로 《청록집》과 《조지훈 시선》이 있고 수필집 《창에 기대어》, 논문집 《한국 민족운동사》가 있다‘-위키 백과 참조 본론이다. ‘석굴암의 돌은 인공이 자연을 정련하여 깎고 다듬어서 오히려 자연을 연장 확대한 돌이었다. 나는 거기서 예술미와 자연미의 혼용의 극치를 보았고, 인공으로 정련된 자연, 자연에 환원된 인공이 아니면 위대한 예술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예술은 기술을 기초로 한다. 바탕에 있어서는 예술이나 기술이 다 <art>다. 그러나 기술이 예술로 승화하려면 자연을 얻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인공을 디디고서 인공을 뛰어넘어야 한다. 몸에 밴 기술을 망각하고 일거수일투족이 무비법이 될 때 예도가 성립되고, 조화와 신공이 체득된다는 말이다. 나는 석굴암에서 그것을 보았던 것이다. 돌에도 피가 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그 앞에서 찬탄과 황홀이 아니라 감읍하였다. 그것이 불상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한국 예술의 한 고전이었기 때문이다’<중략>
작품집의 ‘돌의 미학’ 중의 일부다. ‘돌의 미학’은 선생이 생전 선(禪)과 문학의 세계를 오가며 삶에 대한 사유와 시 창작을 위해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하는 중에 경주 석굴암을 보며 사유한 결정체이다. 아시다시피 돌은 예술적 재료와 소재로서 큰 존재감으로 예술적 기능을 다할 뿐만 아니라 동양세계의 사유와 미학에서 돌이 갖는 의미는 매우 방대하고 깊다. 《동문서답》 자체가 문장의 보고(寶庫)이지만 특히 ‘돌의 미학’은 유난히 필자가 즐겨 읽는 내용이다. 우리 문화와 예술(가)이 지키고 지향해야만 하는 절대적이며 근본적인 질문과 답에 대해 행복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흔히들 예술(작품)에 대한 생각과 입장을 말할 때 매우 자의적이며 극히 단순화하려는 경향이 많다. 선생은 석굴암의 돌을 보며 자연과 인공, 기술과 예술에 대한 사유와 이를 통한 위대한 예술의 정의(定議)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인공이 아니라 숨결과 핏줄이 통하는 신라의 이상적 인간의 전형을 만들어낸 것은’, ’이 신라인의 꿈속에 살아 있던 밝고 고요하고 위엄 있고 너그러운 모습에 숨결과 핏줄이 통하게 한 것은“, ‘희대의 예술가의 드높은 호흡과 경주된 심혈이었고 거대한 화강석괴를 붙안고 밤낮을 헤아림 없이 쪼아내고 깎아낸 끝’이라고 선생은 말한다. 석굴암에 있는 저 위대한 예술은 결국 당대 위대한 예술가의 손끝에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의 예술이 어떻게 가야할 것인가? 오늘도 행복한 고민을 또 시작해본다.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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