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멀교회 언덕에서 1919년 3월 5일 3.1절 만세운동에 이은 군산 만세운동의 함성에 귀를 기울여 본다.

군산 정신사에 우뚝 솟은 궁멀교회에서 금강하구 썰물에 드러난 갯땅은 물짜게 생긴 땅. 발목이 빠지는 뻘땅에서 핸들링 없는 축구시합을 한다. 뻘흙으로 범벅이 된 선수들. 그 갈증 목마른 선수들 물 마시는 모습은 어떨까. 마시는 강물의 발원지를 꿈꾸어 볼까.

구약성경 사사기 7장에 기드온 용사 삼백 명을 선발하는데 강물을 손으로 움켜 마시는 용사를 선별 기준으로 삼았으니 생명수를 마시는 자세가 새삼스럽다.

나는 ‘커피道 茶道처럼’을 이야기할 째비가 못된다. 커피 명인 유승민 바리스타 교수에게 성산 커피박물관에서 커피 공양을 받았다. 선생님 커피를 마시면 약효는 어떤가요. 그이는 웃음기 없는 얼굴로 눈길도 스침 없이 침묵을 지켰으니 그가 커피의 달인이다.

임어당도 다론에서 차를 마실 때에는 손님이 적은 것이 긴요하다면서 혼자서 차를 마시면 이속(속세를 떠남), 둘이서 마시면 한적, 셋이나 넷이서 마시면 유쾌, 다섯이나 여섯이 마시면 저속, 일곱이나 여덟이서 마시면 비꼬아서 박애라고 말했다.

티베트가 원산지인 차는 중국·인도·일본종으로 구분한다. 가마솥에 아홉 번 데치고 아홉 번 부벼서 만든 것이 녹차, 반발효된 오룡차, 발효된 홍차(Black tea)이다.

중국은 당나라 때 육우가 다경을 써서 다도를 확립하였다. 커피와 차가 각성제 효험이 크기에 선불교에서 다도는 조주선사의 ‘끽다거’가 ‘차나 마시고 가거라’는 화두가 되었다. 끽다거는 평상심이 도라고 풀어 주는데 차 마시고 제정신 차리기 이런 뜻 아닐까 싶다.

신라 때 당나라에서 들어온 차재배로 고려 때 차문화가 성하여 차례, 다식판, 봉차, 찻독, 항다반, 다담상, 곡차들의 생활용어에도 뚜렷하다. 조선시대 차 문화가 기울었지만 차례가 있었으니 명절과 초하루 보름 낮제사에는 차례를 지냈으나 차례상에 차는 없어지고 음식상으로 둔갑을 한 것은 굶주림의 역사였나 보다.

정약용은 유배지에서 차나무를 보고 더욱 번식시키고 호를 다산이라 했다. 그이는 ‘차를 마시는 나라는 흥하고 술 취한 나라는...’ 이때 해남 초의선사가 동다송, 다신전을 지어 차문화를 승계하였다.

일본은 센노리큐가 다도를 정립했으니 소설 대망에서 히데요시는 빨간 찻잔을 센노리큐는 검정 찻잔을 그윽하다고 주장하다 센노리큐가 죽임을 당했으니 다도를 위해 순교했다고.

일기일회 다회를 열어 ‘화경청적’의 다도가 선불교의 경지로 승화되어 패전 후 일본 부흥의 원동력이 다도와 유도라 호언할 정도였다.

영국은 동양의 차를 배워 수요가 많아지자 인도에서 대규모로 재배해 홍차를 공급했다. 미국 독립운동을 유발한 Boston tea-party는 차조례가 도화선이 되어 차대신 커피를 마시는 것이 미국인의 상식이 되었고 T.S. Eliot은 J.A. 프루프록연가에서 I have measured out of my life with coffee spoons: 라고 노래했다.

커피도 차도 모르는 우리들 어머니 할머니는 차례로 정화수를 올렸으니 그 덕에 우리 여기에 있나보다.

정화수
첫새벽에
정화수 한 사발
장독위에 올려놓고
이슬 한 방울을 보태고
별빛을 우려내어
하늘님께 비나이다
두 손 모아 옹알거리면서
오른손 왼손이
두 날개가 되게 하옵소서.
더 높이 더멀리 날아가게 하옵소서.
비나이다 비나이다.
머리숙여 비나이다.

한잔의 녹차를 눈으로 마신다. 잔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회오리치며 태풍으로 은하의 성운으로 변한다.

태풍의 눈은 신전, 그 눈으로 내 속알과 삶을 관조하노라면 내 맘은 장독 위에 엎어서 말리는 바가지.

이렇게 찻잔으로 내 삶을 되질하다 보니 다도는 속사람을 키워가는 한 때의 손 모음이며, 기도하는 시간이요. 자기 성찰과 명상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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