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나라입니까?’」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국민들이 내뱉은 탄식입니다.
4.19 민주항쟁 때에도 없었던 중학생 시위에 들고 나온 손팻말에도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부끄럽고 서글프고 안타깝습니다.
연세대학교 학생이 써서 요즘 인터넷이 번지고 있는 웃픈(웃기는 듯 슬픈) 소설 한토막이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옛날 헬 조선에 닭씨 성을 가진 공주가 살았는데 닭과 비슷한 지력을 가졌다. 그 자태가 매우 고결하여 저잣거리에 흔히 파는 어묵을 먹는 방법을 몰라 먹지 못했고 자신보다 낮은 신분의 백성들이 악수를 청하면 겸허히 물러서서 손을 뒤로 빼는 등 공주로서의 위용을 잃지 않았다. 공주가 처신을 잘못할 때면 공주를 숭배하는 자들이 변호하기를, 공주가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었고 아버지는 독재에 여념이 없어, 공주가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였다,라고 했다. 이에 모든 사람들이 슬퍼하면서 애정을 담아 공주에게 ‘그네겅듀(근혜공주)’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모친을 잃은 공주가 스물셋이 되던 해 신분 세탁의 기회를 엿보던 무당 최씨가 공주를 뵙기를 청했다. 무당이 말하기를 “소인이 돌아가신 중전마마에 ‘빙의’하는 미천한 재주를 보여드릴 수 있나이다.” 공주가 한참 생각하다가 말하기를 “그러니까 그렇게 해서 그, 그, ‘빙위’라는 것이 나로 하여금 정신을 좀 차리게 만들고 또 그와 함께 이런 어떤 슬픈 마음 같은 것들을 굉장히 잘 가라앉히게 해가지고 그래서 그렇게 다시금 마음을 굳게 먹을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참 좋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한다. ” (말뜻을 알 수 없어) 번역기를 돌린 후에야 공주가 승낙했다는 것을 가까스로 이해한 무당은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닭은 인제 미끼를 물어버린 것이여' 하고 생각하였다. …(아래 줄임)」
이 나라 대통령을 풍자한 해학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최순실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비참한 죽음 이후 많은 정치 세력들이 자신을 떠날 때 홀로 남아 옆을 지켜준 ‘배신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연설문 유출 등에 대해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순실의 개인 컴퓨터에선 남북 관계와 동북아 정치에 큰 영향을 끼칠 ‘드레스덴 연설문’ 첨삭본, ‘5·18 33주기 기념사’, ‘방송 3사 신년사’ 등과 함께 ‘정부조직 개편안 평가’, ‘가계부채’ 대책을 담은 자료, ‘고용복지 업무보고 참고자료’도 발견됐고, 심지어 극비 문서인 외국 정상과의 외교 문서까지 상상조차 안 되는 자료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런 전문성도, 공식 직책도 없는 민간인이 국정에 깊숙하게 개입한 것을 두고 ‘순수한 마음에서 한 일’이라는 해명은 국민을 설득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딸이며 가족에게 얽힌 비리들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국정을 개인 가정 살림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박 대통령의 대통령 자질을 심각하게 평가하고 있다. 대통령 ‘하야’와 ‘탄핵’을 주장하는 여론도 급증하고 있다.
박대통령을 잘 아는 정치인들은 그녀의 대통령 자질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그럼에도 그가 당 대표를 하고 대통령이 된 것은 오로지 아버지 박정희의 충복들과 지역주의의 산물임을 부정할 수 없다.
지난 임기 3년 반 동안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모두 싸움판에서 추진되었다. 그나마 이렇게 추진된 정책들은 아직도 국민적 합의를 얻지 못하고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는 것들이 많다.
대통령의 불통과 무능과 독선을 그늘 삼아 권력을 휘둘러 온갖 비리로 국정을 농락한 자들 또한 이 어지러운 국정을 조장한 책임이 대통령 못지않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분노를 어떻게 책임 질 것인지 국가가 더 혼란에 빠지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한다.
무심한 가을 하늘을 보며 안톤슈낙의 시 한 구절을 떠올린다.
‘울음 우는 아이는 우리를 슬프게 한다. 정원 한편 구석에서 발견된 작은 새의 시체 위에 초가을 따스한 햇볕이 떨어져 있을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본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