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기고]원기회복을 위한 산 낙지마저도 목숨을 위협하는 마당에!2016-06-14 16:15:59
박동근 안전보건공단 전북서부지사 지사장
예로부터 ‘힘없이 시름시름 앓는 소에게 산 낙지를 먹이면 기운이 펄펄나서 다시 일어 난다’라고 할 정도로 산 낙지는 원기회복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맛은 물론 영양도 빼어나고 식감도 좋아 즐겨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맛을 즐기다보면 입 안에 빨판이 달라붙어 곤란한 적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스테미너로 이름을 날리던 산 낙지가 최근 목에 붙어 기도폐쇄로 인한 질식사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산 낙지보다 우리 근처에서 더 쉽게 질식으로 목숨을 앗아가는 곳이 있으니 바로 작업현장 내부의 밀폐공간이다. 밀폐공간이란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우리에게 필요한 산소가 현저히 부족하거나 호흡이 불가능할 정도로 유해가스가 가득한 곳을 뜻한다.
인간은 산소 없이 10분도 넘기지 못하는데 밀폐공간은 호흡하기에 산소가 부족한 곳이다 보니 사람을 쉽게 사망시킬 수 있는 위험한 곳이 된다.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위험한 곳이 내 주변에 흔하다는 점인데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물탱크, 건물 지하의 분뇨처리장, 걸어 다니며 숱하게 지나친 맨홀 등이 밀폐공간에 해당된다.
나의 생활주변에 밀폐공간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겠지만 이러한 밀폐공간 내에서 작업을 진행하다 산소가 부족해 사망에 이르는 작업자들이 생각 외로 상당히 많다는 점이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또 해마다 밀폐공간의 질식 재해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렇게 자주, 쉽게 사망에 이르게 하는 위험천만한 질식재해를 예방하는 법은 과연 얼마나 어려울까. 의외로 굉장히 쉽다.
첫째, 밀폐공간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표시를 한다. 둘째, 밀폐공간에 들어가야 할 일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산소농도를 측정하고 감독자에게 허가를 받아 작업을 실시한다. 셋째, 작업 시 보호구를 착용하여야 한다.
단순하면서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안전수칙이다. 부담스러운 안전수칙은 하나도 없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작업 시 사용하기 위한 안전장비들을 일부만 구비하거나 장비 사용법을 모른 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작업자들은 번거롭다는 이유로 산소농도 측정이나 안전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진행하여 재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러한 질식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의식개선이다. 감독자가 작업자들에게 작업 전 밀폐공간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여 위험성을 명확하게 인식시키고 별도로 질식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를 통해 전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이 질식재해의 위험성 및 예방법에 대해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익히고 체득한 뒤 실천하도록 해야 우리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원기회복을 위해 찾아먹던 산 낙지가 나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마찬가지로 내 옆에 항상 존재하던 밀폐공간이 한순간에 나의 숨을 막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두워 나의 생명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고 지금부터 가장 가까운 등잔 밑부터 밝혀 안전을 챙기도록 하자.
군산미래신문 (kmr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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