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한 때
전 재 복-----시인
늦가을 저녁은
들판 끝에서 오고 있었다.
볏짚 태우는
매케한 연기 속으로
어둠의 옷자락을 펄럭이며
머언 도시의 불빛은
별이 되어 살아나고
사방에서 기웃대는
어둠에 주눅든 채
나는 허둥대며
등불을 밝힌다
잊혀진 어느 시간의 갈피쯤
너무 아름다워
눈물나던
기억 하나 꺼내어 들고
빈 들판
바람 소리로 오는
저녁을 서성거린다.
감상-------배 환 봉
때가 꼭 이 시의 배경 같아 서 가을 시를 또 소개하고 싶다. 사실 가을이란 계절은 풍성한 열매로 인해 마음도 더불어 풍성해야하는 계절인데도 왜 이리들 가을이 오면 서성거리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난 주의 시는 텅 빈 가을이 모두를 다 자식에게 주어버린 어머니 모습 같다며 탄식하기도 했으나 어찌 되었던 잃어야 하는 것이 가을인가 보다. 가슴에 가득 안았던 모든 것을 걷어가버린 텅 빈 들처럼 알알이 영근 열매들도 다 주어버려야 하는 계절.
끝내는 남은 잎사귀까지도 버려야 하는 계절이라서 우리도 더불어 허전한가 보다. 이 시도 늦가을 저녁이 배경이라서 더 공허로운 것 같다. 어둠으로 몰려 오는 늦가을. 빈들 같은 쓸쓸한 가슴으로 다가서는 추억.
/너무 아름다워서/눈물나던 /기억 하나 꺼내어 들고/ 빈 들판/ 바람소리로 오는/저녁을 서성댄다/라고 한 시구가 가을의 정서를 아주 잘 표현 한 것 같다. 가을이 주는 이미지를 잘 표현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을에 젖게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