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오는 자리
김선미----군산 여류문학 회원
황량항 들판
아직 거두지 않은 볏단 곁
허수아비가 울고 있다.
바람이 부는 걸까
안개가 낀 때문일까.
하늘은 저만치에서 다가오고
떠나가는 이의
발자국 소리.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지리한 침묵
그 다음에 오는 슬픔.
만질 수 없는
잡을 수 없는
그 싸늘함.
부서지는 긴 그리움.
시 감상------배 환 봉
누가 붙잡아 놓을 수 있는 계절도 인생도 아니라는 게 우린 늘 아쉽다. 봄철 새싹처럼 태어나 청춘을 누리지만 곧 가을이 오듯 인생도 저문다. 그리고 겨울이 오는 소리를 듣는다.
모든 것이 거두어진 황량한 들판 허수아비의 가슴처럼 떠나는 이들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침묵한다.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기에 우린 모두 침묵하는 것이다.
자연엔 다시 봄이 온다 해도 그것은 인간의 눈으로 보는 것일 뿐 그도 한 해로 그의 생은 다 가고 마는 것 아닌가? 들판 허수아비의 생도 그것으로 끝이 나는 걸 알고 있는 게지. 그래, 우린 모두 침묵의 의미를 안다. 죽음이라는 것. 그래서 가을은 만질 수 없는 싸늘함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긴 그리움마저 정리해 보는 습관에 익숙해져야 하는 살아 있는 것들의 아픔이 간절이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