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김복근-----군산 나루문학 회원
어두운 밤 하늘을 날지만
처음부터 밤은 아니었다
찬란한 아침이 열리면서
빛이 그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밤새 이 창, 저 창을 두드리지만
아무도 깨어있지 않았다
그가 영영 아무도 만날 수 없는 것은
눈과 함께 마음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죽어가는 세상 모든 것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밤이 익숙한 박쥐는
찬란한 아침을 기억하지 못한다.
밤하늘의 별이 져버린지 오래이듯
그의 태양은 어느듯 사라져
박쥐는 꿈에서만 찬란한 하늘을
훨훨 날아 다닌다.
감상-----배 환 봉
이 시를 읽다가 '죄와 벌'이란 단어가 언듯 떠 오른다. 다 빛을 볼 수 있다거나 빛을 좋아한다는 생각은 통념일 뿐 그렇지 않다 해서 벌은 아닐 텐데 젖은 관념으로 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밤에 잘 보인다는 건 우수성인데 모든 것을 틀에 가두는 내 작은 소견이 세상을 구별해 사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차란한 아침이 열리지만/ 빛이 그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라고 했듯이 빛이 거부했다면 어쩔 수 없는 운명이겠지만 3연에 /그가 영영 아무도 만날 수 없는 것은 /눈과 함께 마음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로 보면 세상을 거부한 죄과 같은 느낌이 든다.
어쨌던 박쥐는 밤이 익숙해져서 잔란한 아침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어차피 태양 아래 사는 우리들은 태양에 익숙해야 한다는 것이 지은 이의 의도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박쥐의 꿈은 찬란한 하늘을 훨훨 날아보고 싶은 게 아니냐는 여운이 사려 깊은 시인의 생각에 머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