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고 싶은 날
고 은 설-------군산 나루문학 회원
햇살이 번득이는 해안가 갯바위를 돌아
그대와 나란히 앉았습니다.
바다는 내게 눈웃음을 치고
돌아 누운 방조제 길도
이제는 서해를 껴안고
고스란히 모정을 나누는데
다사로운 그대 두 손을
문득 잡고 싶어졌습니다.
한 낮의 잔 물결에
몹시도 깊어지는 사랑
철썩 파도 치는 그곳에서
서로 행복한 눈으로
말없이 쓸려 보내는 마음을
가만히 안고 싶어졌습니다.
하늘은 바다를 안고
바다는 하늘을 안고
이제는 눈물조차 말라버려
돌아서는 그림자는 서러울 만큼 길어
커다란 그대 동공에
가득히 나를 밀어 넣고 싶어졌습니다.
감상------배 환 봉
인간의 내면에는 누구에게나 아름다움이 태성으로 잠재해 있는 것 같다. 저런 사람에게도 감정이 있을까? 흔히 우리가 볼 수 있는 인간 유형도 있다. 그러나 그런 사람도 눈웃음 치는 푸른 바닷가를 거닌다거나 가을, 곱게 물든 풀밭길을 지나노라면 누구든 그 환경에 동화되는 걸 우리는 흔히 보게 된다. 다만 우리가 일상으로 자신을 잊고 살 뿐 환경에 따라 감정은 달라지는 듯 싶다.
평소 그런 마음까지는 아닌 줄 알았는데 그 푸른 바다 때문이었을까! 따뜻한 손을 잡고도 싶어지고 그의 마음에다 자기를 통체 주어버리고도 싶어지는 자신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모든 것이 지난 후에야 꼭 그리워 하고 후회 하니 아무도 알 수 없는 비극의 신화인가 보다. '돌아서는 그림자는 서러울 만큼 길어' 모든 것은 시간 속으로 잠입해버리고 나는 늘 제 자리에 다시 돌아와 서야한다. 아름다운 순간은 영원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읽는 이에게도 잔잔히 다가오는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