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만한 이유
김혜원----청사초롱(출향 문인)
늘 찰랑거리는 바다
꼬막조개처럼 엎디어 기었다
기어 오르다가 멀고도 먼
동백나무 언덕에 올라
외로움의 물굽이만 바라보다가
싸늘한 꽃의 향기 감당 못하여
놓치고 만 행복
그 녀석 그렇게 시름시름 앓다가
수척해진 이유를
봄 바다에 와서 따져 봤지만
해감 투성이 삶을 단속해서
이만하다는데 잘한 일인지
떫디 떫은 사랑 시린 통증까지
나도 모르게 씻기었음을
차고 아름다운 눈물도
생기가 있음을
이제 와서 알았다
물 때 맞춰
참 잘 왔다.
감상-------배 환 봉
흔한 속어지만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이 있다. 죽음까지도 핑계가 있다는데 어찌 사는데 핑계가 없겠는가 마는 어쨌던 우선 살 이유가 생겼다니 다행하다.
하여간 무엇에나 꼭 핑계를 대는 인간들의 단적인 속성이 떠 오른다. 그냥 나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어떤 고난도 이겨내고 기어이 살고 있노라고 말하면 좋으련만 ...
꼬막조개처럼 바다에서만 업디어 사는 줄 알았는데 동백숲에 이르러 그 향 감당 못하고 놓치고 만 행복이었다고 했다. 많은 구비를 돌고 돌아 다시 제 자리에 서서 삶을 뒤돌아 보니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시린 통증까지 씻기었음을 알게 된다.
이만하다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시인. 사는 이유야 어찌 되었든지 견딜만하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절망에서 일어서서 새땅을 찾아 둥지를 만들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여 읽는 이를 훈훈하게 하는 것 같다. '물 때 맞춰 참 잘 왔다' 고 답신을 보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