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도 뱃살처럼
전재복 ------나루문학 회원
얼마간은 낯설다가
차츰 무디어지고
볼 품없이 퍼져버린 거울 속 그녀를
자신이라고 인정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한 양푼의 밥을
썩썩 비비고 있었다
예전에 꿈꾸기를 그만 둔
생각부스러기까지
우적우적 먹어치우고 싶었던게다
거울 앞에서 잠깐 숨을 멈추고
작아진 옷을 억지로 끼워보려다
참았던 숨통을 한숨처럼 내려놓을 때
그녀가 감추고 싶은 것이
어디 뱃살뿐이었으랴
두꺼워진 얼굴에
뻔뻔함을 분처럼 바르고
한 동이의 서러움도
단숨에 삼키는 그녀
외로움도 뱃살처럼 감추고 싶어서
과장된 몸짓으로
너털웃음을 웃는다
시 감상------배 환 봉
'누군가 세상은 무대요 인생은 배우'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살수록 절실해 감탄한 말이다. 비단 나와남과의 관계에서만 하는 말이 아니다. 자신에게까지 철저히 배우일 수 밖에 없는 게 인간이 아니던가? 물론 제 멋대로 살 수 없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도 흔히 볼수 있다. 그러나 그것 자체가 위선임을 알며 행동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다.
세상 그 자체가 무대라면 많은 관중이 나를 이미 보고 다 알고 있는 것을 숨긴다고 감추어지겠는가? 하지만 시인은 거울 속에 비치는 자신을 보듯 내면을 털어 보인다. /그녀가 감추고 싶은 것이/ 어디 뱃살 뿐이랴/ 라고 했다. 뱃살을 숨기듯 우리는 남에게 보이지 않고 싶은 많은 것들을 철저히 위장하는 배우들이다.
그러나 자신에게 처한 상항을 괴로워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배우로서 바른 연기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 위장이! 체질화되지 않기 위해 때때로 자기를 돌아 볼 수 있는 삐에로이길 바라는 시인의 마음에 새삼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는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