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매추리
(A I.조류인풀루엔자)
조 경 숙-청사초롱 동인, 청아 보건소 근무
물 한 모금 물고
애교부리며 즐겁게 노는
순한 마음이었다.
세상 들썩한 저희들 이야기
알아야 할 것도
알지 못하고 사는 무지에
병이 난 착한 눈망울들.
차디찬 소독 물 내음에 절어
사시나무처럼 떨다가
하루 아침 형장으로 사라지는
어제의 생명들.
고요한 목장은
온통 넋이 빠진 헛개비들만
소름끼치는 유희를 펼친 채
흔적으로 남아 있다.
시 감상 ----------배 환 봉
문명이 깨지 않은 옛날엔 인간은 불편했지만 새들은 천국이었다. 어디를 가나 마음대로 놀고 노래 부를 수 있는 보금자리 틀고 살았었다. 그 후로 세월이 많이 흐르고 문명이 고도에 이르러 인간은 정말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지만 새들은 천국을 잃었다. 돌고 도는 게 세상사라 해도 이 건 너무 혹독한 형벌이다.
불과 이십 여년 전만 해도 도시 속 우리집 감나무에 온갖 새들이 다 날아와 울었으나 한 해가 다르게 새들은 줄어들었고 몇 년 사이 모두 끊기더니 이젠 시골에도 새들은 살 곳이 없다. 온통 개발이라는 미명으로 동산이 사라진 때문이다.
그러니 새들이 험한 곳으로 점점 밀리다가 이렇게 원시적 병균을 옮아 문명한 과학이나 의학으로도 예방 못하는 조류 독감이라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직접 방! 역하는 곳에 나가 그 순한 것들이 처량하게 죽어가는 눈망울을 지켜 보면서 천성이 고운 사람이 얼마나 가슴 아팠을까. 우리 모두 시대가 원망스러울 새들의 노래에 귀를 기우려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