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
박 선 희-나루문학회 회원
산란한 마음으로
악담을 하고
돌아서서 또 다시
자식에게 매를 대며
억압으로 다짐을 받아내고.
그 마음 추스리지 못한 채
교회당으로 발을 옮긴다.
회개하지 않은 마음을
다른 나로 가장하여
교회당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는
점잖고 양심적인 양 앉아 기도한다.
가증한 자신을 숨기고
태연히 앉아서
용서해 달라고 기도한다.
진실을 이용한 가면,
용서받지 못할 죄를
어떻게 용서하시라고.
감상-----------배 환 봉
만일 이 세상에 신이 등장하지 않았더라면 인간이 얼마나 더 악독했을까? 하는 생각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저지하려고 종교를 만들었을 테고. 사실 양심을 외면한다 해서 마음이 편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나 양심(良心)은 글자 그대로 선량하다. 그래서 더 자신을 가슴 아프게 한다. 다행히 회개( 悔改)라는 말이 있어서 우리는 스스로 보상을 받는 것 같다. 이 시인은 참 용기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이 다 겪는 일이지만 이렇게 겉으로 들어내지 않는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다.
정말 가증한 자신을 볼 때가 얼마나 많았는지 모르지만 다 아닌 체 할 뿐이다. 그리고는 입으로 만 늘 회개한다며 용서해 달라고 하니 신이 얼마나 괴로울지 상상하면 웃음이 나온다. 이렇게 진솔한 고백을 들으니 역시 이 글을 쓴 시인은 종교인답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