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예찬
이영미-" 이랑" 회 회원 ( 군산 여성회관 문예 창작반)
각설탕 하나 던져진 컵에
휘휘 커피 풀어 제친 뜨거운 향을
나는 좋아한다
한 입 먹음어 삼키면
금세 시인이 되고,
화가가 된다.
기쁨이 사라진 곳도
슬픔이 사라진 곳도
품어 다시 살아내는 시간엔
커피는 늘 함께이다.
사랑이 활활 끓어
오열을 토해도
처참히 이별을 고하는 차디찬 손보다
따스한 이 순간이 행복인 것을
나는 알고 있다.
계절이 네번 바뀌어도
하늘이 잘 보이는 것은
가난뱅이 화가가 일러준
커피 타는 법을 잊지 않고 있어서 이다.
감상-------------배환봉
우리는 극치라는 단어를 쓸 때가 있다. 요즘 산행을 하다 보면 아직도 불타는 듯 고운 절정의 단풍을 보면서 자연의 섭리에 고개를 숙인다. 분명 다가오는 마지막 날을 모를 리가 없으련만 죽음을 넘어선 단풍의 초탈한 극치의 아름다움을 보면서 그렇게 지고 싶은 부러움을 느낀다.
어차피 살아야 할 삶이라면 어떤 것에 이리 몰입해 보는 것도 삶의 참 의미를 새기는 것 같아 부럽다. / 기쁨이 사라진 곳도 / 슬픔이 사라진 곳도 / 품어 다시 살아내는 시간엔 / 커피는 늘 함께이다/
기쁨도 슬픔도 작가는 커피를 마시면서 인생을 되돌아 본다고 했다. 뜨거운 사랑으로 눈물겨워도 처참한 어떤 이별보다는 순간이더라도 이 뜨거운 커피 잔 같은 사랑이 더 오래 행복으로 남으리라는 것을 작가는 잘 안다고 했다. 마음, 몸 다 얼어버린 날 뜨거운 커피 잔을 두 손으로 감싸고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사색하는 지은 이의 모습이 유리창으로 보이는 듯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