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 문학관
전선미-글마당 동인
누구도 찾아오지 않는 상가
치열한 고독
한 뼘 유리관에 박제 되어
가벼운 마네킹 되어
문상 객은 새와 바람 뿐
새들 바람에 쓸려
헛 날개짓만
허공에 붙들린 바람
머리털 솟구쳐대고 오금 저려와서는
술잔 올릴 수 없어
부여잡고 울수도 없어
들꽃 그의 봉분에 터를 잡고
꽃잎 떨어지고
꽃대 주저 않고
서서히 뿌리마저 건조해 질 때도
몇 몇 가물거리는 기억
부끄럽게 속삭이는
종자 같은 낱말만이 살아서
멀리 멀리 저 멀리로.
시 감상------------배환봉
한 젊은 이의 안타까운 호소를 듣는다. 한 나라 문화의 척도는 그 나라의 예술이다 라고 말한다. 그런 면에서 채만식 문학관을 이렇게 찾는 이가 없어서야 어찌 우리가 문화국이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한탄 같다. 문상객이라곤 바람과 새들 뿐이라 했다. 어제 우연히 가을 나들이로 문학관을 찾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으나 그 곳에 이르니 자신도 모르게 자만심이 솟아오름을 느꼈다. 문화인 같은 자만심.이것이 바로 예술의 숭고함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가을 햇살만 졸고 있을 뿐 방문객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 이 시를 읽으니 새삼 우리들이 군산 시민으로서 다시 한번 되돌아 보아야 할 것 같아 감회롭다.마네킹 되어 유리관에 갇혀 있는 치열한 고독의 슬픈 이 나라의 문학인에게 술 한 잔 올릴 수 없는 아픔으로 오금이 저린 젊은 시인의 애도를 듣는다. 이런 시를 쓰는 시인이 있어 결코 절망은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