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들꽃처럼
가파른 길 종종 걸음으로
따라온 세월
돌비늘 부서지는 석벽을 돌아
산모퉁이에 이르면
서툴게 짠 삼베 올처럼
고르지 못한 인생길이 뒤돌아 보인다
어두운 밤 홀로 앉아 있어도
삭을 줄 모르는 삶의 욕망
얼기설기 포개진 먹장구름
한차례 쏟아 내는 소나기로
마음 후련한 비탈길 들꽃처럼
다 털어내 버리고 평안하고 싶구나
저 평온한 들꽃처럼
박풍수
*시 감상 (배 환 봉)
바야흐로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었다. 한나절 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어도 아침저녁으로는 찬 기운 도는 가을 기온이다. 계절은 자연에게만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마음이 오히려 계절보다 앞서 쓸쓸해지는 것을 보면 생명체의 공통된 운명을 공감하는 것 같다.
이 시는 인생을 관조하는 나이에 이르러 자신을 돌아보며 이제는 헛된 욕심 다 버려버리고 평안한 마음으로 아름답게 살고 싶은데 어찌된 일인지 마음은 아직도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자기 성찰이 느껴진다.
아무 욕심 없이 세월 따라 사는 들꽃처럼 살고 싶은 지은이의 꿈이 읽는 이들에게 잠시 시간을 멈추게 한다. 박 시인의 소망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