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랑
고은설
피 같은 그리움 모두 쏟아내어
그리도 붉더냐
잊힌 듯 사그라졌다가
불현듯 나타나서 울기만 하면
날더러 어쩌라고
오롯이 선 채로
함께 통곡해 버렸다.
설림산 언저리에
낙엽과 함께 눈물을 묻고 오던 날 밤
잠 이루지 못해 밤새 뒤척였다.
바람의 냉기 어린 시샘 속에
내 마음 뜨겁게 달궈 놓고
눈물이 난무하던 그날
가을은 내 가슴 한복판에서
사랑의 음표를 가득 쏟아내고 있었다.
시 감상--------배 환 봉
우리도 자연체라서 공감을 이루는 것이리라. 하지만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의 슬픔에 비기겠는가? 우리는 우리 감상으로 낙엽보다 더 몸살을 하니 인간적 애도인가 자기도취의 낭만인가, 때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한해살이도 그들로 보면 우리네 일생이다. 그러니 슬픈 이별이지. 한 번쯤은 낙엽을 위해 슬픔을 나누고 그리고 내 감상에 젖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항상 이맘 때 단풍을 보며 느끼는 것은 낙엽은 우리에게 커다란 교훈을 남기고 떠난다는 것이다.
낙엽은 끝내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승화의 경지에 이른다. 죽음을 곱게 물들여 생의 환희를 노래하며 사라져 간다. 죽음에 결코 절망하지 않고 마지막 생을 최대한 곱게 단장하며 생을 마감하는 모습이라 그렇게 아름답게 비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젊은 시인은 단풍과 함께 통곡해버렸다고 했다. 여름 내내 / 잊힌 듯 사그라 졌다가/ 불현듯 나타나 울기만 하면/ 나보고 어쩌라고./ 시인은 이 세상 마지막 그리움이라 피같은 붉은 빛의 그리움 아니겠느냐, 라고 표현했다. 그래서 가을은 우리에게 간절한 그리움을 전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